BL오해의 비원

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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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복날, 골목 안쪽 쓰레기 더미 속에서 아기 사모예드를 발견했다. ‘너네 할머니가 어제 개장수한테 강아지 팔더라.’ 취준생 주제에. 어릴 적 지켜 주지 못한 백구를 향한 죄의식을 조금이라도 가벼이 해 보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다짐했다. 이 아이만큼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별이.” 반짝이는 금빛 눈이 예뻐서 이름은 ‘별’로 지었다. 별이는 순록 간식을 좋아했고, 말귀를 척척 알아 들었으며, 심지어 인간처럼 변기에 오줌을 싸는 천재였다. “우리 별이 생기니까 정말 좋다.” 침대를 별이에게 양보하고 딱딱한 바닥에 누웠어도 웃음이 났다. 침울한 거미줄로 입을 막아 버린 나만이 있던 공간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우리 별이, 사랑해.” 어떻게든 만날 운명이었던 것처럼 단숨에 사랑에 빠졌다. 그렇게 한 달, 침대에서 함께 홈캠 영상을 보던 별이가 사라졌다. “한다온.” 백금색의 머리칼, 금빛 눈을 한 백인 남자. 영상 속에 있던 수상한 남자는 어느새 내 곁에 와 있었다. “아까부터 말해 주고 싶었는데, 네 고추 빤 거 나야.” 양쪽 뺨에 번갈아 남자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난 하얀 털이 복실한 사모예드를 주운 게 아니었다. 나보다 덩치가 커질 북극 늑대를, 아니 영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웨어 울프를 주웠다. “한다온. 넌 내 반려가 될 거야.” 그리고 웨어울프에게 생애 첫 고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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