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어느 날 그림자를 주웠다

온열

15

돌아가신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누가 봐도 예쁘고 귀한 것은 감히 건드리지 말라고. 주제도 모르고 나댔다간 인생 말아먹기 딱 좋다고 말이다. 나는 그 충고를 충실히 따르며 살아왔다. 불만은 없었다. 어머니의 가르침은 고독하고 고달픈 삶에 언제나 든든한 도움이 되어 주었으므로. 하지만 그 대단했던 어머니도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신 적이 없었다. “…슬라임?” 어느 날 새까맣고, 굼실거리고, 타원형의 두 눈이 노랗게 깜박깜박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다. *** 눈을 떠보니 함께 자고 놀고 예뻐했던 동거 생물이 끝내주게 섹시한 미남 악마가 되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데, 하는 짓이 심상치 않다. “로디, 난 계속 네 곁에 있을 거야.” “이제 너는 그때 그 ‘그림자’가 아니잖아.” “모습만 달라졌지 본질은 똑같아. 그렇게 분리하지 마.” 흔들림 없는 금빛 눈동자가 나와 눈을 맞췄다. “난 이제 너를 알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그러니 너도 나를 책임져야 해.”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눈을 뗄 수 없었다. 미친 악마. 나는 마구잡이로 뛰는 심장을 모른 체하며 되뇌었다. 쟤는 그림자다, 말랑촉촉 말도 못 하고 굼실거리기나 했던 동거 생물이다……. “온통 네 맛이 나.” “입 좀, 다물어.”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하자.”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나는 울상이 된 얼굴을 넓은 가슴에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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