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패역(悖逆)

신윤희(에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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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지명, 배경과 사건은 모두 실제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붉은 활옷을 입은 아리따운 새 신부가 고요히 앉아 있었다. 왕의 와병으로 오랫동안 미뤄지던 정안 공주의 혼례가 급히 마련된 것이다. “숙부님,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 가례 소식을 듣고 말을 돌려 다시 돌아오셨나요?” “주상전하가 붕어하셨다.” “예? 그, 그것이 무슨…….”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소리 지르며 정신없이 도망치는 조정 중신과 종친. 갑주를 입은 군사들이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나는 본래대로 되돌릴 뿐이다.” “제발 제 아우를 살려 주십시오. 혈육이니 살리고 싶은 것입니다.” 무윤이 코웃음을 쳤다. 그가 기억하는 중전 임 씨의 몸에서 태어난 정안공주의 탄생은 기이했다. 중전 임 씨의 배는 참으로 별나게도 불렀다. 내내 밋밋하던 배가 산실청이 차려지자 갑자기 하루아침에 달덩이처럼 부풀었으니 제아무리 분별없는 어린아이라 하여도 그것이 어찌 아니 이상할까. “살려만 주신다면 제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 “무엇이든?” 무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그믐밤 이지러진 달에 비친 그림자처럼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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