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너는, 거짓말

H.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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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결핍이라고는 없는 다 가진 남자 강이준의 고군분투가 시작되었다. 상대는 전교 1등에, 얼굴마저 천재인 서도윤. 혹한기에 핀 한 떨기 장미처럼 고고하고 냉랭한 그를 보며, 강이준은 생각했다. 장미에 가시가 있는 건 당연한 거라고. 다가서는 절 무참하게 외면하고 폐부를 찌르는 아픈 말을 뱉어도 강이준은 그가 좋았다. 그리고 간신히 도윤의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했을 때, 강이준은 제 모든 걸 상실했다. 7년 후, 예전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초라하고 황폐해진 제 앞에 도윤이 나타났다. “넌, 여전히 예쁘다, 강이준.” 제가 채워준 시계는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의 멈췄던 시간이 재깍재깍 움직이기 시작했다. * 본문발췌 “너, 지금 이러는 거 되게 오버하는 거야. 기껏해야 우리 반년 남짓이었어. 함께해서 좋았고, 헤어질 땐 엿같았지. 그럼, 그렇게 끝내면 되지, 뭐 하러 이렇게 정성을 들여, 너답지 않게. 설마 내 키스가 그렇게 인상적이었어? 아니면 미국에서 성적 취향이라도 바뀌어서 온 거야?” “……그렇다면?” “미안한데, 난 그런 취향 없어. 다른 놈 찾아봐.” “아무 말이나 해서 내 심기를 건드리려는 걸 아는데도, 화가 나네. 이준아.” 도윤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나른하게 말했다. 낮은 음성엔 분노가 깔려 있었다. 손목을 쥔 손에 힘줄이 섰다. 비스듬히 기운 이준의 이마에 도윤의 입술이 스치듯 내려왔다. 허공에서 이준과 도윤의 시선이 부딪쳤다. “그런데 이준아. 사실 확인은 정확히 해야지.” “…….” “7년 전 우리가 한 게, 시발, 키스는 아니잖아. 무작정 입술에 대고 비비다가 고양이처럼 깨물고 내뺀 새끼가 선수처럼 말하는 게 더 우습지. 안 그래?” 이준이 뭐라고 항변하기도 전 도윤의 콧날이 사선으로 어긋났다.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이준을 똑바로 직시하며 도윤이 속삭이듯 말했다. “진짜 키스는 이거지, 이준아.” 뜨거운 입술이 부딪혔다. 꽉 다물린 입술을 슬쩍 깨물어 잠깐 열린 공간을 두툼한 혀가 무섭게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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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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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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