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드롭 데드(Drop-dead)

유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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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가 배려심이 없네. 애인이 버젓이 옆에 있는데.” 군 복무를 마친 뒤 복학하고 가진 술자리. 그곳에서 한영은 애인의 바람을 알아차린 걸로도 모자라, 그 애인이 남자임을 학과 선배인 신재이에게 들키고 만다. “한영아, 나 빌려줄까?” 하지만 걱정과 달리 신재이는 재밌다는 듯 의뭉스러운 제안만 건네올 뿐인데. “여기서 붙어먹든 이대로 같이 나가든, 뭐라도 하는 편이 덜 억울하지 않겠어?” “선배 남자 좋아하세요?” “그래 보여?” 얼핏 가소로워하는 듯한 가벼운 되물음은 무엇보다 확실한 답이었다. 남자랑은 만나 본 적도 없을 이가 권하는 우스운 장난. 오직 그뿐이기에 한영은 잠시 그와 어울린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다. “입 다물지 마. 키스하기 불편해.” 언제 누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밤 골목에서 신재이와 키스하기 전까지는. * * * 신재이는 키스를 섹스처럼 했다. 멋대로 안을 범하는 혀가 꼭 성기라도 된 듯했다. 입안이 너무 뜨거웠다. 목구멍 안쪽까지 간지러워져 마구 긁고 싶었다. “하아, 하…….” 침에 젖은 입술이 떨어진 틈으로 급한 숨이 터져 나왔다. 신재이는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길 기다리다 콩, 가벼이 이마를 부딪쳤다. “이제 남자랑 키스해 봤냐는 소리는 못 하겠네. 내 처음 네가 따 갔으니까.” 꽤 오래 입을 맞춘 탓에 거칠어진 음성이 짓궂게 울려 퍼졌다. “비위 안 상하세요?” 한영은 열 오른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물었다. 이제 와 할 말은 아니지만 묻게 됐다. 신재이는 바로 답하는 대신 얼굴만 훑어 댔다. 달아올랐을 게 분명한 눈가와 입술은 유독 오래 눈에 담았다. “상해.” 그 끝에 내놓은 대답은 그게 전부였다. 입맞춤은 재차 입술을 질근거리는 신재이 때문에 다시 이어졌다. 그는 뒤늦은 허락을 구하듯 부어오른 입술을 부드럽게 핥았다. 말과는 사뭇 다른 행동이었다. 신재이는 애정 없는 입맞춤도 기꺼이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한영은 그를 모르지 않았다. 분명 그런데도……. “…….” 숨을 불어 넣는 키스는 애정이 가득 실린 것처럼 다정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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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첩
69
2 소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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