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우리에게 바뀐 것은

백목란

2

이젠 사랑받고 싶었다. 사랑하는 것에 지쳤다. 희망 없는 사랑을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주는 이 가망 없는 사랑을 놓아주기로 했다. *** “절교하자.” 이제 마지막이기 때문일까. 절교를 청하는 해주의 목소리는 고백처럼 달고 행복해 보였다. “무슨 소리야? 뭘 해?” “우리 이제 친구 그만해. 나는 네 친구가 될 수 없어.” 이미 오래전부터 그와 친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재원을 기만하고 있었다. “그 새끼 때문이야?” “뭐?” “김현우 그 새끼 때문에 지금 나 버리는 거냐고.”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내가 너무 힘들어.” 자신과 거리를 두라고 한 그의 애인들이 옳았다. 그는 애인과 헤어질 게 아니라 자신과 거리를 두어야 했다. “미안해. 재원아.” 네가 바라는 친구로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사랑해.” 그럼에도 이기적인 자신은 아마도 마지막일 고백을 해 본다. “그러니까 이제 안녕.” 해주는 손을 흔들고는 돌아섰다. 그리고 똑바로 걸어갔다. 해주가 돌아서서 가는데도 그 자리에 못 박힌 것처럼 재원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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