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차갑고 뜨거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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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따위로 이안이 발목 잡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아이는 지우면 되니까.’ 이안의 모친 박영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채아는 진저리를 치며 이안에게 애원했다. “나를 그냥 버리라고요. 그냥. 버려 달라고요. 제발요.” 채아의 두 뺨이 뜨거운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내버려 두라는 말도 아니고, 자신을 버려 달라는 채아의 말이 이안의 심장을 둘로 쪼개 놓았다. “채아야. 제발. 그런 말까지는 하지 마. 나 죽을 것 같아. 채아야.” 이안은 채아의 눈물을 부정하는 사람처럼 닦아 내고 또 닦아 내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채아의 애걸은 계속되었다. “나도 살고, 내 아이도 살게, 그냥 나를 좀 내버려 두라고요. 오빠.” 채아의 말들이 이안의 귀를 예리한 칼날로 저미는 것 같았다. “오빠. 이제 그만하자고요.”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진짜 도망치고 싶었다면 임신까지는 하지 말았어야지. 내 핏줄인 거 알면서도 내가 너를 놓아줄까?” 이안이 입꼬리를 스르륵 올리며 채아를 내려다보았다. 그 표정이, 그 눈빛이 모질고 독하게 하려 애를 쓰는 게 빤히 보여 채아는 가슴이 칼로 저미듯이 아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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