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밀계(密契)

신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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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은 간단합니다. 6개월 동안 일주일에 2번. 이곳으로 와 육체적인 관계를 나누면 됩니다.” 그녀의 커다란 눈이 작게 흔들렸다. 10억이라는 금액에 이미 각오는 하고 있었다. 사랑 없이도 육체적 관계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어리지 않았고, 돈이 절실했다. “단, 염두에 두어야 할 특별한 조건이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격앙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은 나누되,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사랑에 빠진 순간, 이 계약은 파기됩니다. 당연히 지급되었던 돈까지 모두 회수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조건이 마음에 들었다. 돈으로 여자를 살 만큼 욕망을 절제 못 하는 남자를, 그녀는 사랑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떨리는 목소리가 적막한 공기를 갈랐다. 밀계, 비밀스레 맺는 계약. 그것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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