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비망록(備忘錄)

zi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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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명 수정 안내 : 작가명을 '마지'에서 'zitw'로 변경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연인이자 정혼자였던 한도영과 정여율. 그러나 칠 년이 지난 후, 문관을 꿈꾸던 소년이었던 한도영은 모두가 두려워하는 중금군 좌중금지유가 되었고, 정여율은 장공주의 부마인 원성위가 되어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내도록 정여율에 대한 복수와 애증을 키워오던 한도영은 황위를 노리는 경왕에게 의탁하고, 경왕은 역모에 성공하여 황제가 된다. 한도영 역시 공을 인정받아 중금군의 수장이 되었지만, 사실 그는 역도로 몰았던 장공주의 일가식솔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부마인 정여율을 몰래 빼돌린 상태. 별원에 감금되다시피 한 정여율은 자신을 향한 한도영의 분노와 증오를 견디다 못해 도망치려다 실패하고 끝내 그의 앞에서 자결을 시도하는데... 다시 사랑을 말하기엔 원한이 너무 깊고, 그렇다고 외면하기에는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것이 문제였다. * 본문발췌 “당신에게 복수하고 싶냐고?” “응.”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에게 갚아 줄 것이 있다고 여겼으니까. 자신이 겪은 괴로움, 답을 줄 사람이 사라져 영영 미제로 남은 고뇌 따위를 그 역시 겪길 바랐으니까. 한도영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복수하고 싶어.” “그럼 차라리 제대로 된 복수를 해,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굴지 말고.” 사람 헷갈리게 굴지 말란 말을 겨우 삼켰다. 기실 정여율은 자신이 정신적으로 궁벽한 처지에 몰려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눈앞의 사람에게 언제든 매달리고 싶어질까 두려웠다. 심지어 그 사람이 제가 마음 준 유일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쉬이 벽이 허물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래선 아니 된다는 걸 알았다. 눈앞의 저 사람이, 기대고 싶어질까 두려운 저 사람이 제 주변을 몰살했다. 제가 보는 곳에서 아내를 베어 죽였고, 일가식솔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아무리 그를 연모했다고 한들, 이제는 그래선 아니 되는 것이다. 해서 정여율은 차라리 이런 제 마음까지 온전히 얼어붙을 수 있도록 한도영이 복수를 할 거라면 꽤 본격적으로 하길 바랐다. 철저히 제 모든 것을 짓밟아 순수한 증오만이 남을 수 있도록. 등을 맞댄 다른 감정은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도록. 한도영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가 일어서자 운문이 어둡게 새겨진 암녹색의 장포가 덩달아 흔들렸다. 상투관의 길고 보드라운 비단 끈이 그가 고개를 숙이자 따라 흘러내려 정여율의 어깨에 닿았다. “기억나? 당신이 날 구원할 듯 굴다가 배신한 거.” 한도영의 손이 정여율의 뺨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 심장을 선득하게 얼어붙도록 하는 말과 달리 그의 손바닥은 따뜻했다. “그때의 당신은 내 은신처이자 나락이라.” “…….” “나도 당신에게 그 모든 것이 되어 보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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