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희, 금수의 노리개로 사는 법

로맨스악의 유희, 금수의 노리개로 사는 법

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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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은 금수에 가깝다고 들었다. 맨살 위로 검을 베어도 피가 흐르지 않고, 짓쳐 드는 마상 창도 쉽사리 피한다고 온 세상이 떠들어 댔다. 그건 허명이 아니었다. 크레센티아가 본 패왕 오딜로는 인간이라기보다 공포 그 자체였다. 망국 왕실의 핏줄을 모조리 말살하는 자리에서 그가 기절하기 직전으로 떨고 있는 크레센티아를 손가락질했다. “기념 삼아서 저건 놔둬라.” 왕녀에서 노리갯감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쪼개지 않은 땔나무보다 원초적인 남자의 허벅지에 올라앉아 시퍼런 안광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다. 숨도 못 쉬도록 모가지가 비틀렸다. 턱 아래로 길고 가느다란 손아귀가 감겼다. “재미있게 생겼군.” 오딜로는 일순간 변덕이 동했다. 끝나는 게 아쉬울 만큼 즐거웠던 전쟁도 막을 내렸으니 다른 즐거움을 찾아도 좋을 듯싶었다. 그렇다면, 이 나약한 것을 짓밟아 며칠 만에 죽는지 지켜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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