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못된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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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너희 둘, 지금…, 뭐 하는 거니?” 저쪽에서부터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틀자 놀란 미숙의 표정이 보였다. “엄마.” “아주머니.” “너희, 지금…, 이거 뭐 하고 있는 거야?” 믿을 수 없다는 듯 미숙이 연신 눈을 깜박거렸다. “그게 실은.” “설마,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니?” 내가 좋아하는 상대의 아버지가 우리 엄마랑 재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 사달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님께 우리의 사이를 들킨 순간, 우리는 멀리 떨어져야만 했다. *** 그를 잊으려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금방 잊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큰 오만이었는지를, 10년 뒤인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선배?” 믿기지가 않았다. 그간 보지도 못했던 그를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이야. “윤이랑.” 못 본 사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그는 한층 더 선이 남성다워졌으며 멋있어졌다. 이제 더는 그를 잊는 게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리움과 더해진 두려움이 밀려왔다. 당장에 기겁할 엄마와 아저씨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다. 어쩌자고, 대체 왜. 세상에 남자가 그 밖에 있는 것도 아닌데. 이랑이 그의 시선을 피한 뒤 뒤를 돌려는데, 그가 그대로 그녀의 손목을 그러쥐었다. 혹여나 아플세라 자신의 손을 쥔 손에 힘 조절을 하는 그가 보였다. “잊을 수 없었어. 단 한 순간도.” 귓가를 파고드는 음성에 울컥했다. 하지만, 다 지나간 일이었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다 지나간 일이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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