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夜)한 사랑

수향

205

8년 전과 현재를 오가며 끈질긴 악연으로 이어진, 세 남녀의 아프고 잔인한 사랑…….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왜, 사랑하게 될까 봐 겁나?” 서늘한 눈빛, 조롱하는 말투, 우악스럽게 턱을 그러쥔 손. 그러나 그 어느 하나 뿌리칠 수 있는 건 없었다. -본문 중- 맞물린 곳이 더 깊은 곳을 찾아 들어갈 때마다 묵직하게 아랫배에 피어오르는 은근함에 그의 감각들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절대 느끼지 않을 거라 수없이 다짐했다. 오롯이 그녀를 수치스럽게 바닥으로 끌어 내릴 요량으로 품었건만, 어느새 그녀를 더없이 원하고 느끼는 저 자신에 그는 알 수 없는 자괴감이 들었다. 하……, 설마. 아직도 사랑이라는 사치스러운 감정이 남아 있다는 건가. 그녀를 품는 순간 8년 전의 잔인했던 악몽을 잊을 만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지독한 간절함이 꿈틀거렸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임을 알면서도. *** “처음 뵙겠습니다. 루이스 윌슨입니다.” 루이스 윌슨? 순간 한기의 눈동자가 번뜩거린다. 자신을 그토록 애태우고 있는 그 루이스 윌슨이 제 눈앞에 서 있음에도 한기는 반가워하기는커녕 경계하고 있었다. 그건 그가 아는 누군가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같은 사람이라 그는 확신했다. 이십 년 넘게 봐왔던 친구의 얼굴을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그가 파이너스 그룹의 후계자가 되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지, 그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전히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혼란스러워하는 한기에게 루이스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와 그가 내민 손을 번갈아 보던 한기가 이번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그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제 안에서 수없이 울려 퍼지는 의문의 소리를 삼키며 그는 겨우 입술을 떼었다. “마르스 최한기 회장입니다.” 마주 잡은 두 사람의 손아귀로 팽팽한 기운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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