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비밀 화원

포롱포롱

5

※본 작품의 설정은 한국 요괴와 그 설화를 바탕으로 해석 및 각색해 창작된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불편한 오른발을 이끌고 하얀 눈밭을 헤치며 뒷산으로 피신한 소년의 눈앞에 은빛의 버들잎을 문 청설모가 나타난다. 작은 짐승을 따라 도착한 곳에는 오래된 터널이 있었다. 던전과도 같은 거대한 문을 열자 믿기지 않는 별천지가 펼쳐진다. 분명 한겨울임이 분명한 1월인데, 형형색색의 꽃들이 난분분히 나부끼는 봄의 정원이 나타난 것이다. 소년은 홀린 듯 입안에 젤리 같은 꽃들을 머금어 본다. 딸기 맛, 포도 맛, 바나나 맛의 신비한 꽃들을 굶주린 배 속에 넣던 소년은 멀리 서 있는 거대한 버드나무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홀린 듯 몸을 움직인다. 믿을 수 없는 1월의 봄의 정원에 홀려 있던 소년의 등 뒤에서 미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소년은 뒤를 돌아보는데…. * * * “날 잊어. 해조야. 나를 기억하지 마.” 차가운 그의 손이 뺨을 스치운다. 그제야 알아챈다. 어떻게 이것을 잊고 살 수 있었을까. 애가 끊어질 듯 그리운 감각을. 마음이 갈가리 찢길 것만 같은 애절한 이 느낌을. 기억이 폭포수처럼 흘러 들어온다.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와중에도 그의 찬 손을 붙들고 애원했다. “이번에는 네가 날 찾아온다고 했잖아. 안돼. 하지 마. 그러지 마. 나한테서 널 지우지 마. 제발. 제발…. 안 돼.” 애가 저밀듯한, 그의 물기 어린 고통스러운 얼굴이 해조의 동공에 가득 찬다. 머뭇거리던 차가운 손이 결국 해조의 뺨에 닿는다. 아득하게 점멸하는 기억 속에서 그의 찬 손을 놓지 않기 위해 허우적거린다. 해조는 또다시 상실의 시간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을 느끼며 푹 젖은 눈꺼풀을 감는다. 감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하며.

감상평 쓰기 작품목록 보기

0/200byte

※ 청소년 유해매체를 의미하는 내용 (음란한 내용의 게시글, 선정성, 폭력성 등) 의 댓글이나 무관한 댓글, 스포일러, 악플은 경고조치 없이 삭제되며 해당 사용자 아이디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감상평을 작성해주세요~
1 G 혼자만 레벨업
2
2 당신과 나의 시간이 만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