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호야행기

로맨스은호야행기

은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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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 그리 다짐하고 살아온 지도 벌써 500년. 꼬리 다섯 달린 여우 신령 백은호는 조우하고 말았다. 천 년에 한 번 나타난다는 여우 색시의 운명을 타고난 여인, 주오랑을. “또 그대로군. 참으로 칠칠치 못한 처자가 아닌가.” “제 안전을 위해서라도 제 주위에 얼씬도 하지 않으시면 어떠신지요?” 도술도 통하지 않을뿐더러 말 한마디 지지 않는다. 500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당돌한 인간은 난생처음이었다. “보고 싶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간 것이다.” 처음엔 그저 흥미였던 감정이 호감으로 바뀌더니 어느새 지독한 사랑이 되어 갔다. 은호는 생애 처음으로 제 운명에 맞서 보기로 했다. 그녀를 지킬 수만 있다면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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