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심애(深愛)

신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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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마지막 순간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하는 제가 가진 가장 예쁜 원피스를 입고, 코랄 빛 립스틱으로 입술선을 채워 넣었다. 이렇게 하면 좀 더 생기 있게 보이려나. 스무 살, 그때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떠오를까. 뭔가 결심한 듯 이를 악문 서하가 아무것도 신지 않은 발걸음을 터벅터벅 욕실 쪽으로 옮겼다. 욕조를 가득 채운 따뜻한 물이 그녀를 유혹하듯 손짓했다. 그녀가 천천히 욕조 안으로 들어서자, 찰랑거리던 물결이 파도를 일으키며 욕실 바닥으로 쏟아졌다. 언제부터 떨고 있었을까.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 온몸을 잠식했던 한기가 조금은 걷혀 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굳이 그녀의 죄를 꼽으라면, 꿈을 꿔 버린 것? 그 꿈을 실현하려고 애쓴 것? 화사한 색의 립스틱을 발랐는데도 서하의 얼굴엔 전혀 생기가 돌지 않았다. 그녀의 입술 끝에서 슬픈 조소가 흘러나왔다. 지금 그런 생각 따위가 무슨 상관일까. 결심한 듯, 질끈 눈을 감은 서하가 꽉 쥔 무언가를 다른 쪽 손목에 서서히 가져다 대었다. 욕실 온도와 상관없이 예리하고 차가운 무언가가 손목을 가로로 가르며 지나간다. 어느새 점점 핏빛으로 진해져 가는 욕조 안으로 그녀의 손이 한 떨기 꽃처럼 힘없이 떨궈졌다. 눈을 감은 서하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비릿한 냄새가 호텔 방 안으로 서서히 퍼져나갔다. 심애(深愛), 마음으로 깊이 사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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