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경계선을 지우기 위해서는

라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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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말대로 그냥 가벼운 감정이었나 봐요.” 그럴 리 없다. 한이소는 처음부터 선재하뿐이었다. “그렇게까지 좋아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견딜 수 없어 뛰쳐나온 자신을 주워 주었던 열여덟의 순간도 가족이라고는 아무도 없던 졸업식의 그날도 참을 수 없는 뜨거운 열에 녹아내려 복숭아 향이 가득하던 그 밤도 온통 선재하였다. “아무것도 의미 부여 안 할게요.” 그렇기에 선택한 아픔이었다. 제 마음을 들키기 전에 그에게 버림받기 전에 모든 것을 꽁꽁 숨겨 둔 채. “그러니까 하고 싶을 때마다 해요, 우리.” “……나 별로 착한 사람 아닌데.” 모든 것이 서로를 처절하게 갉아먹기만 한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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