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조연은 너나 하세요 [단행본]

라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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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이니까 눈에 띄려고 하지 마. 주인공들이 돋보일 수 있게끔 옆에서 도와줘. 그게 바로 ‘조연’의 역할이잖아? 그녀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소리였다. 아주 지긋지긋한 소리이기도 했다. ‘나도 주인공이 되고 싶은데. 돋보이고 싶은데. 왜 너희가 내 역할을 결정해?’ 이대로 가면 1년 후, 자신은 죽게 될 것이다. 그것도 멍청한 여주인공과 오만한 남주인공의 치정 싸움에 말려들어, 말 그대로 개죽음을 당하게 되겠지. ‘누가 그렇게 죽어줄 줄 알고?’ 그녀는 악에 받친 채로 요요하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불러낸, 눈앞의 아름다운 악마에게 소원을 빌었다. “난 이대로 흔해 빠진 소모품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내게 힘을 주세요.” 남주인공이고, 여주인공이고 다 죽어버리라지. 나만 살아남으면 돼. 그걸 위해선 악마에게 다리를 벌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 이렇게 시시한 조연으로 죽느니, 그편이 훨씬 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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