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기억(記憶)

신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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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콘돔이…… 없다…….” “뭐?” 매번 약국에 들러 구입하기 창피하고 번거로워 유연이 인터넷으로 대량 구매해 놓은 것이었다. 그 많은 것을 도대체 언제 다……. “선배,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 되겠다!” 유연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이내 건장한 석진의 몸에 의해 다시 침대로 눕혀진다. 그의 눈망울은 세상을 잃어버린 절망감이 깃든 서글픔이 배어 있었다. “오늘 배란일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위험해. 여자는 1년 365일이 임신 가능일인 거 몰라?” “안에다 안 할게, 맹세!” 무슨 맹세 씩이나. 처절한 석진의 목소리에 유연은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지금 멈추라는 것은 나보고 죽으라고 하는 소리랑 같아.” 석진의 표정을 보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굶었다가 드러낸 맹수의 그것은 마알간 이슬까지 매단 채 불끈거리고 있었다. “펠로우 마칠 때까지는 아이 안 갖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 그것이 결혼의 첫 번째 조건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석진도 합의를 했었고. “걱정 마. 안에 안 한다고! 지금껏 한 번도 실수한 적 없잖아?” *** “이혼해, 우리.” “……진심이야?” 유연은 진심이 아닌 것을 들킬세라, 부러 목소리를 꾹꾹 눌러 대답했었다. “진심이야!” 그날, 모멸감 가득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석진을 유연은 더 이상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오랜 시간, 그를 사랑하고 또 사랑했던 그 모든 기억은 그 눈빛과 함께 쓰레기통에 처참하게 버려지고 말았다. 이혼 신청서를 제출하고 지정된 기일에 함께 참석하기 위해 법원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시각,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혼하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하기엔, 어딘가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그리고 알게 된 그의 실종.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기억(記憶), 과거의 경험을 인간의 정신 속에 간직하고 되살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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