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버그일 줄 몰랐어

유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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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빙의라는 걸 다 하게 됐다. 그것도 금혼령이 내려져 왕국민 모두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설정을 가진 듣보잡 게임에. 혼란도 잠깐. 나는 애써 진행해야 할 메인 스토리도, 나를 귀찮게 하는 주인공도 없는 자유도 높은 게임에 금방 적응했다. 그렇게 유유자적한 생활을 이어 가던 어느 날. 집 안에서 침입자를 발견했다. 남자 주인공이 아닐 수 없는 미모. 그러나 영 주인공답지 못한 허술한 성격. 알려 준 적도 없는 내 이름을 알고 있는 수상함과 멋대로 밀어 붙이는 뻔뻔함을 동시에 지닌 정체불명의 이상한 남자. '얘는 진짜 뭐야?' 고민은 길지 않았다. 본의 아니게 남자의 하반신을 목격한 순간, 곧장 깨달았기 때문이다. 몸에 저런 걸 달고 다니는 사람은 결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아무래도 이 남자, 게임의 버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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