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오프 리밋(OFF LIMIT)

반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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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동생의 대출을 대신 갚기 위해 찾은 회사에서 송은새가 마주친 것은 십 년 전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강해원이었다. 자신으로 인해 누명을 쓰고 떠나야 했던 소년은, 어느새 오만하게 저를 내려다보는 남자가 되어 있었다. 해원을 마주한 순간 은새의 마음을 오래도록 짓누르던 죄책감, 그리고 그와 함께 숨겨 두었던 오래전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고, 스스로조차도 인정하지 않았던 마음이 새어 나올까 봐 은새는 그의 모든 제안을 거절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은새는 몰랐다. 이 모든 순간이 해원이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자신을 향한 덫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은 처음 마주친 그 순간부터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을. * 본문발췌 “네 가족은 나야.” 어째서 해원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안심이 되는 건지. 은새는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가…….” 진짜 가족일까? 가족일 수 있을까?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은새는 이미 지쳤다. 단번에 저를 내친 새엄마와 연재의 눈빛이 선명했다. 언제든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을 관계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아팠다. 은새의 눈앞이 희붐하게 흐려졌다. 뜨겁게 느껴지는 걸 보니 눈물이라도 차오른 걸까. 우는 건 질색인데. 일순 해원이 은새의 눈가를 매만졌다. “아프지 마.” 그 말이 진심 같아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너 때문에 아파.” 눈물이 흐른 궤적을 살살 매만진 해원이 나직이 속삭였다. “미안.” 이렇게 엉망진창인 관계로도 가족이 가능할까? 은새와 해원의 관계는 너무나도 구부러지고 휘어져 버렸는데 말이다. “너 때문이야.” 은새를 지그시 바라보던 해원이 낮게 읊조렸다. “알아.” 곧 입술이 삼켜졌다. 마치 저를 위로하는 듯, 입술을 부드럽게 머금는 느낌이 따뜻해서 은새는 그만 눈을 감아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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