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연주대교

테링

63

엄마의 외도를 목격한 날부터 인생이 단단히 꼬이기 시작했다. “내가 이거 우리 엄마한테 불면, 네 인생 쫑나는 거 알지? 상간녀 딸내미를 누가 후원해 주겠어.” 악마의 숨결은 길고 지독했다. 연주대교를 찾아간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그 애의 담배 연기에 숨이 막히기 전에 내 의지로 죽고 싶어서. 분명 그랬는데… 다리 위에서 ‘그’를 마주치고 말았다. “아저씨 경찰이죠? 신고받고 나 말리러 온 거죠.” “나 그냥 담배 피우러 온 건데.” 검은 슈트를 빼입고 검은 물을 응시하는, 고요한 검은 눈의 남자를. “입고 해, 입고. 갈 땐 가더라도. 바람이 차다.” 낯설기만 했던 도움의 손길이 유일한 동아줄이 되었을 땐, 남자의 온기가 내 숨구멍이라고 생각했다. “너 못 죽어. 네가 뛰어들어도 내가 건져 올릴 거야.” 무심한 눈빛과 다정한 품, 소년 같은 미소에 뺨이 간질거리기도 했다. “혜주야. 본질을 봐야지. 오빠 깡패 새끼인 거 그새 잊었어?” 가라앉은 진실이 검은 수면 위로 떠오를 줄도 모르고. * 그로부터 6년 후. 모습을 감췄던 남자는 다시 내 눈앞에 홀연히 나타나고, 무의미한 삶을 연장하던 나는 남자의 가면을 제대로 들추어보기로 한다. “정신 차려, 혜주야. 깡패 새끼랑 떡이 치고 싶어?” “고작 하루 즐기는 건데 그게 뭐가 중요해요.” 오롯한 남자의 민낯을 보기 위해서. “처음치고 잘하네. 입으로만 빨아줘도 가고.” 그리고 내 숨구멍을 되찾기 위해서. “가는 얼굴, 생각보다 야해. 귀엽기만 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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