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호랑이 몸종

레드하운드

26

왜란으로 혼란한 시절. 임금도 도성을 버리고 떠날 준비를 하는 마당에 남편이 임신한 아내를 내팽개치고 도망하는 일이야 수두룩할지도 몰랐다. “육시랄 놈, 발병 나서 뒈져라.” 배 속에 아이를 품고 혼자 피난길에 오른 설희는 산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호랑이 수인 산호에게 확실한 보호와 은근한 위로를 동시에 받게 되고. “아기도…… 내가 좋대…….” 산호가 설희의 배 위로 얼굴을 부비더니, 눈을 끔뻑거리며 입을 열었다. 영물인지 요물인지 도통 모를 이 호랑이의 유혹에 갈팡질팡 흔들리던 그녀는 결국 약빠른 결단을 내리기로 한다. “결정했어요. 그대는 이제 내 몸종입니다.” “몸종……?” “그래요, 낮이건 밤이건 내가 시키는 건 무조건 다 하는 몸종. 어떻습니까?” 산호는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앞으로 너는 나를 마님이라고 불러. 그리고 존댓말, 알겠느냐?” “네, 마님…….” 고된 피난길, 이 든든하고 우람한 종놈과 함께라면 몸도 마음도 외롭지 않을 터였다. * * * 설희는 그대로 제 몸을 산호에게 맡겨 버렸다. 더 이상 몸을 가눌 힘도 없었다. “인간은 신기합니다.” 둥글게 솟은 배는 설희가 거친 숨을 내쉴 때마다 큰 폭으로 움직였다. 산호의 손이 스르르 아래로 내려가 배를 쓰다듬었다. 부푼 배를 만지는 손길이 어딘지 야했다. “짐승은 발정기가 있지만 인간은 항상 발정 나 있지요. 마님처럼.” 봉긋이 솟은 배 위에 쪽쪽 입을 맞추고 뺨을 비볐다. 마치 배 속의 아이와 교감하려는 듯. “지금은 주인이 있으니, 다음에 방이 비거든 이곳에 제 씨를 들여보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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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혼해줄래요
2 비밀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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