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탐애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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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형님이 갑자기 하녀를 보내주었다. 혼자 살고 있는 젊은 사내에게 왜 곱고 어여쁜 하녀를 보내주었을까. 도훈은 친척 형님의 저의가 의심이 되었다. 그래서 한 집에 살게 된 후 제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아리따운 여인을 돌 보듯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분신이 부처님 가운데 토막도 아니고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이던가. -본문 중에서 커다란 무명천으로 몸을 가린 소혜는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 제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툇마루에 올라와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들려온 사내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야밤에 무엇을 한 것이냐?” 허걱. 소혜는 몸을 가린 무명천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왠지 화가 난 것 같은 그를 보며 얼른 고개를 수그렸다. “죄송합니다. 주무시는 줄 알고…….” 도훈이 한 발짝씩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바로 앞에 서서 물었다. “뭐가 죄송한데.” 알면서 억지로 물었다. 거칠게 몰아붙이는 게 음흉한 저인지 겁을 먹고 떨고 있는 그녀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괜히 목욕을 해서…… 시끄럽게 해서 주무시는 걸 깨운 것 같아서…….” 주눅이 들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다. 도훈이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아까 낮에 소나기를 피하려 손목을 잡았을 때보다 더 흔들리는 눈망울이 금세 촉촉해졌다. 만약에 할 수 있다면 저 단물이 배인 것 같은 눈망울을 핥아보고 싶었다. 그걸 시작으로 온몸을 핥으면 어떨까. 고매한 선비 따위는 집어치우고 진짜로 발정 난 개새끼가 되기로 한 건가. 그래. 그런 모습도 나쁘지 않지. “네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줄까.” “……!” 여인의 본능으로 사내의 터질듯한 욕망을 느낀 건지 턱이 잡힌 채 덜덜 떨면서 대답을 못하는 소혜를 보면서 도훈이 낮게 읊조렸다. “첫 번째, 네가 좆 달린 사내새끼들이면 누구나 홀리게 생긴 점. 두 번째, 내가 어떤 놈인지 모르고 여기 남고 싶다고 한 것. 세 번째, 하필이면 이미 눈이 돌아버린 내 앞에서 천 쪼가리 하나로 몸을 겨우 가리고 있는 것.” 소혜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그에게 안긴 몸이 공중으로 들어올려졌다. “앗. 나으리. 나으리.” 소혜가 다급하게 불렀지만 그녀도 알았다. 선비의 탈을 벗고 짐승이 되기로 한 사내에게 걸려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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