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오늘 밤에 만나요

민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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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편집자, 하지만 뛰어난 능력이 오히려 발목을 잡아 변변한 대표작 없이 투고 심사만 하고 있는 윤민의 소원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소설의 편집자가 되는 것.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이름 외에 모든 것이 다 비밀인 인기 작가 지하진을 담당하게 된 윤민은 그의 정체가 재벌 3세 하진혁이라는 것을 알고 놀란다. 첫 만남부터 오해로 두 사람의 관계는 삐걱거리고 윤민은 작가 지하진과 본체 하진혁의 괴리를 수상하게 여긴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진혁의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끼며 작업을 이어 가던 어느 날, “나 기억 안 납니까.” “우리가 만난 적이 있나요?”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듯,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는 진혁 때문에 윤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느 날 우연히 비밀의 실마리를 잡은 윤민이 진혁이 숨기려는 것에 한 걸음 더 다가서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변하기 시작한다. “우리만 아는 비밀이 하나 더 늘어도 되겠습니까.” * * * “최윤민 씨가 전에 한번 내 계획을 망쳐 놨으니 이번에는 망치지 말았으면 좋겠군요. 어차피 내년 가을까지는 이 집에 살 테니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협조하지 않겠다면요?” “듣기로는 이번 작품이 최윤민 씨 첫 담당 작품이라던데.” 본부장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윤민의 얼굴을 한번 쳐다본 후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말을 이어 갔다. “첫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사라지는 건 원하지 않겠군요. 전속 계약을 1년 남기고 계약 자체가 어그러진다거나…….” “이건 요청이 아니라 협박 아닌가요.” 윤민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말이 좋아 요청이지 지하진 혹은 지하진의 소설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거절할 방법도 없었다. “저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해했나 본데, 최윤민 씨가 받아들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각을 하고 싶으면 앞으로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를 생각해야지.” “그렇게 해서 본부장님이 얻는 게 있나요?” “그건 최윤민 씨가 알 필요 없습니다.” 하여간 저놈의 말투. 언제 들어도 재수 없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며 윤민은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하진혁이 결혼하지 않도록 막으라니 막연하기 짝이 없었다. 여자를 만날 때마다 쫓아다니면서 방해를 하라는 건가. * * * “윤민 씨.” 귀에 대고 말하지 말라고 진혁의 양어깨를 살짝 밀어낸 윤민의 볼에 진혁의 입술이 닿았다. 놀라서 굳은 윤민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진혁이 엄지로 윤민의 입술을 가만히 쓸었다. “여기에도 하고 싶은데, 해도 될까요.” 잠시 몽롱해졌던 윤민은 진혁과 코끝이 스칠 때쯤 정신이 들었다. 얼굴을 황급히 돌린 윤민의 볼에 입을 댄 진혁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이르지 않나요.” “괜히 물어봤군요. 그냥 할걸. 입술 말고는 괜찮습니까, 그럼.” “와……. 작가님 이렇게 얼굴로 밀어붙이는 거 너무한데요.” 아쉬움이 가득한 진혁의 얼굴을 보며, 이 얼굴을 이렇게 가깝게 들이대는 바람에 잠깐 넋이 나갔었던 모양이라고 윤민은 빠르게 냉정을 되찾았다. “그나마 지금 윤민 씨한테 써 볼 만한 무기는 얼굴뿐이라.” 진혁은 다시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여기 말고는 해도 되는 걸로 하죠.” “……포옹까지만 해요, 작가님.” “안 될 것 같은데. 윤민 씨, 이미 해 버렸는데 어떡합니까.” 그 말을 하면서 또 은근슬쩍 또 볼에 입술을 찍어 누르는 진혁 때문에 윤민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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