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쇼팽을 위하여

힐님

4

※ 2014~2015년 사이 동인홈에서 연재하였던 작품의 개정판입니다. 운명은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정해져 있는 것일까. 오랜만에 귀국을 하면서부터 동성 연인인 재준과 집을 구해 동거하게 된 피아니스트 희겸. 그러나 연인은 일 때문에 함께할 시간도 없이 다시 외국으로 가게 되고, 희겸만이 낯선 한국에 덩그러니 남겨진다. 길어지는 재준의 부재로 외로움에 지쳐가던 희겸은 어느 날 우연히 그의 조카인 다운을 보게 된다. 따로 인사를 한 적은 없지만 사진으로나마 그의 얼굴을 알고 있던 희겸은 다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런 제 관심이 점차 예상치 못한 욕망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깨닫고 당황한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운은 연하 특유의 풋풋함과 생기를 뽐내며 희겸에게 다가오고, 그럴수록 희겸은 재준에 대한 죄책감과 다운에게로 기우는 제 마음에서 그를 밀어내려 애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운의 마음 또한 저를 향하고 있음을 알아챈 희겸은 환희와 절망을 동시에 느끼며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는데... 다운과 희겸은 오래도록 어긋났었지만 서로에게 운명인 만남이었을까, 아니면 과거에서부터 오래 묻어두었던 일탈의 발로일 뿐일까. *본문발췌 “위험하잖아요.” 다운이의 목소리가 귓바퀴에 가깝게 다가왔다. 부드러운 음성이 옅은 숨결과 함께 귓불을 간지럽히는가 싶더니 귀밑 목 언저리에 말캉하고 촉촉한 것이 닿았다. 그것이 붙었다 떨어지면서 만드는 ‘쪽’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여기서 이러면.” 보드랍고 말랑한 감촉에 숨을 흩트리던 나는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흐억!” 하고 이상한 소리를 뱉으며 급히 그의 품을 벗어났다. 그의 얼굴 가득한 미소가 살짝 구겨진 미간 탓에 장난인지 곤혹스러움인지 알 수 없었다. “이번엔 형이 먼저 시작한 거예요? 난 잘못 없어요.” “내, 내가 뭘…….” 시치미를 떼고 싶었지만 그가 내 입술이 닿았던 목 언저리를 손끝으로 톡톡 치는 걸 보며 나는 입만 벙긋거렸다. 그 손짓의 의미만으로도 어디에든 숨고 싶을 지경인데, 그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형은 술버릇이 야하구나.” “아니야!” “흐음.” 다운이가 다시 자신의 목을 톡톡 쳤다. 아니, 그게 아닌데,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 미안하.” “오른쪽 목에 키스를 받으면 왼쪽 목도 들이대라던데.”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이혼해줄래요
2 비밀을 지켜라!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