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밝지 않는 밤은 없다

프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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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을 운영하는 어머니 탓에 어릴 때부터 화류계의 ‘언니’들과 조직에 몸담은 ‘삼촌’들을 가족 삼아 자란 최안리. 어머니를 닮은 화려한 미모로 밤거리를 밝히는 네온사인처럼 눈에 띄는 안리지만, 정작 그가 사랑하게 된 것은 한낮의 태양처럼 따스하게 빛나는 태혁이었다. 덜 여물고 서툰 사랑일지언정, 동경과 사랑을 구분 못할지언정 태혁과 안리는 서로에게 무섭게 빠져들었다. 어서 어른이 되고만 싶었다. 그러나 세상은 둘 모두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안리는 결국 그토록 거부하던 밤의 세계를 선택해야 했고, 자신을 둘러싼 어둠이 태혁마저 삼킬까 봐 겁이 나 그를 제 삶에서 지우기로 결정했다. 조직에 발을 걸치며 어머니처럼 룸살롱을 운영하게 된 안리는 이제 완벽하게 밤의 사람이 되었다. 그에게 허락된 것은 끝이 없는 어두운 밤의 세계뿐이었다. 제 앞에 그사이 더욱 빛나게 된 이태혁이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최안리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 제 밤이 영원할 줄로만 알았었다. * 본문발췌 “지명 가능합니까?” “원하시는 타입 있으시다면.” “최안리 씨요.” 이태혁이 그렇게 말하며 글라스를 모두 비웠다. “제가 데리고 있는 선수 중에는 그런 이름 없는데.” 모두가 최 실장이라고만 알았지, 그 안에서 안리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눈치만 보았다. 직원들 사이 화제의 인물이자 VVIP 중 하나인 이태혁과 최 실장이 어떤 관계인지도 궁금해했다. “참 아쉽네요.” 이태혁은 대리석 테이블 위에 얼음만 남은 글라스를 놓고는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안리의 목에 멋대로 둘러 줬다. 안은 후끈했지만, 밖은 벌써 겨울이었다. 안리가 입고 있던 실크 재질의 셔츠는 얇게 하늘하늘하게 흘러내렸다. “회사 팔아서라도 살 생각, 있었는데.” “사장님, 지금 뭐 하시는데? 내가 적당히 놀라고 말씀드린 거 같은데.” 내가 좋은 말로만 했더니 안 먹히나 봐. 아니면 유흥으로 말아먹고 싶거나. 보는 눈들이 많아서 최안리는 욕은 못 하고 웃으면서 다정한 어투로 모진 말을 쏟아냈다. “그래도 최안리 씨가 몸은 안 팔아서 다행이네요.” “하, 사장님.” “아무한테나 팔면 안 되지. 그렇게 쉽게.” 안 파는 거라며. 보면 파는 거냐고 사람들이 자꾸 물어볼 거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보여주지 마요. 그리 말한 이태혁은 안리의 목을 감싼 머플러에 매듭을 지으며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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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혼해줄래요
2 비밀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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