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4월의 도하 [단행본]

홍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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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고3 이도하에게는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있다.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절대 드러내지 않을 것.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것. 분명 그랬는데……. “도하야. 나는 정말이지 네가 너무 반가워.” “진심인데, 너 특별하게 여기는 거.” “우리 이참에 뒷말 안 나오게 진짜 남친 해 버릴까?” 지금껏 올려다본 그 어떤 하늘보다 푸르고 맑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미는 신수현을 만나고 난 이후, 이도하는 자신의 인생 모토가 뒤죽박죽 엉켜버렸다는 걸 깨닫는데……. * * * “너랑 이렇게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어. 역시 짝이 되니까 좋다. 그치?” 신수현은 어느새 눈동자를 또랑또랑하게 빛내기 시작했다. 어쩐지 뿌듯해 보이기까지 했다. 편하게 대화할 기회를 기다렸다는 의도는 알겠으나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이번 달에 옆자리 안 뽑았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어…?” “아니……. 네 생각이 궁금해서 그래. 오늘 같은 기회가 끝내 생기지 않으면 오해한 상태로 졸업하는 거잖아. 난 먼저 나서지도 못하는 성격이라, 사실 너한테 직접 말을 걸어보는 건 진작 포기했었거든.” 말을 하면 할수록 기분이 땅을 파고 들어갔다. 녀석의 말대로 짝이라는 계기가 없었다면 우리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얄팍한 관계였다. 너는 대체 무얼 믿고 기다렸다는 걸까. “그러게. 운이 정말 좋았지.” ‘운’이라는 좋은 핑계를 내건 신수현은 눈을 내리깔고 웃으며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촘촘하게 자리 잡은 속눈썹마저 예뻤다. 운이 좋았다. 간단하고 쉽게 마음이 가벼워지는 한마디였다. 깊게 고민할 필요 없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있잖아, 도하야.” “응.” “어떻게든, 결국엔 이렇게 되었을 거라는 확신이 드네? 너랑 대화하고 나니까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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