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엔틱 로맨스

정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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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보기 드문 왓치 메이커이자 소더비 경매 심사위원인 한우영은 공대생답지 않은 미모로 더 유명하다. 그냥 기계를 좋아하고 기계 분해하는 것을 좋아하는 공대 여자. 봄비 내리는 어느 날, 우영의 시계점 찰나멸에 한 노신사가 고장 난 시계를 들고 찾아오고, 재벌의 상속 게임에 휘말리게 된 우영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혹시 그쪽 차가, 검은색 콜벳이에요?” “맞습니다.” “아니, 보디가드라면 좀 진즉 나타날 것이지. 몰래몰래 뒤나 밟고, 그게 무슨 보디가드예요?” “계약 사항에 있었습니다. 되도록 티 나지 않게 한우영 씨를 지켜보라는.” “그러니까 왜 굳이 그래야만 하는 거냐는 거죠, 내 말은.” “난 스페어타이어 같은 존재죠. 타이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인.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 귀찮기만 할 뿐이죠.” 하지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페어타이어라고 규정한 남자가 점점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하필이면! 이런 위기 상황에서! * * * “당신, 정말 기계 무지렁이군요.” 그녀는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발음했다. 그러나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세월은, 이번만큼은 반박하지 못했다. 한숨을 쉬고 기어에서 손을 떼며 중얼거렸다. “아, 이런 굴욕이……!” 제가 웃고 싶은 만큼 신나게 웃은 우영이 입을 열었다. “옛날 차들은 파워 핸들이 아니었단 말이에요. 당연히 핸들링에 엄청난 힘이 소모됐죠. 그러다 보면 팔 근육이 장난 아니게 발달했고요. 옛날 사장님들이 괜히 기사를 둔 게 아니라니까.” “설마 그렇다고 정말 아놀드처럼 되었겠습니까?” “진짜예요. 군대에서는 아직도 그런 차를 쓰는데. 그래서 운전병들 팔뚝이 장난 아니란 말이에요. 비정상적으로 어깨랑 팔 위쪽만 발달해서. 내가 예전에 사귀던 남자……가……!” 우영은 입을 다물었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휙 돌린 그의 표정이 싸늘한 정도를 넘어서 살벌했기 때문이다. “사귄 게 아니라, 그, 뭐냐, 학교 동기가…….” “아, 학교 동기.” 코웃음을 친 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학교 동기 모두랑 사귄 겁니까?” “그냥 동기였다니까요!” 우영을 향해 한껏 몸을 비튼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우영 씨, 과거 세탁 좀 합시다.” “어, 어떻게요?” “일단. 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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