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을의 초상

글짓는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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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국의 ‘제임스’는 폭력 조직 삼합회를 소탕하기 위해 그중 하나인 사금파에 ‘써니’로 잠입한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어언 삼 년. 소득 없던 그 앞에 라이벌 조직인 신위의 부산주, ‘렌’이 나타난다. 렌은 써니에게 함께 삼합회를 무너뜨리자는 터무니없는 제안을 내민다. 믿을 수도 없고, 믿어서도 안 될 녀석인 걸 알면서도 써니는 자꾸만 그에게 흔들린다. 그건 자꾸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고 싶어지는 렌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이렇게 고민만 할 수는 없는 법. 이젠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다. 서로를 외면한 채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좆같은 오늘을 뒤로하고 알 수 없는 내일로 함께할 것인지. * 본문발췌 “아무도 믿지 마.” 그 순간, 등 뒤로 내리꽂히는 목소리가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써니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짧은 망설임이 일었다. 뒤를 돌아볼까. 아니면 무시한 채 그냥 갈까. 그 잠깐을 망설이는 사이, 렌은 어느새 써니의 곁에 바짝 다가왔다. 이렇게 가까이 선 사람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렌을 향해 눈을 돌렸다. “하, 그 말을 하는 네놈 자식이 제일 못 미더운데.” 살기 어린 목소리 속에는 렌을 향한 분노가 가득했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해칠 것 같은 써니의 기세와 달리 렌은 오히려 눈꼬리를 부드럽게 휘며 한껏 미소 짓는 여유를 보였다. “그래. 나도 믿지 말고.”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사이로 나긋나긋한 속삭임이 파고들었다. 심지어 제법 다정하기까지 했다. 써니는 뒤로 황급히 물러섰다. 소름이 쫙 올라왔다. 이 얼굴로, 또 이런 목소리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농락하고 다녔을까. “좆까, 이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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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마가 속삭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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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돌이 집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