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은밀한 사이
55
“전, 문 선생이 좋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지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순간 그녀는 제 귀를 의심했다. “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문지아 씨가 좋다고 했습니다.” 가뜩이나 짧은 치마와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블라우스가 신경 쓰여 죽겠는데. 차 선생의 믿을 수 없는 말에 지아의 입술이 저절로 벌어졌다. 크고 동그란 까만 눈동자가 더없이 짙어진다. “저인지 몰랐을 땐, 지아 씨도 제가 마음에 들었던 거로 기억하는 데. 아닙니까?”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반박하지 못했다. “솔직히 오늘 뭔가 기대하고 여기 나온 거 압니다.” 그가 턱을 까딱이며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 그 집요한 시선에 순간 참을 수 없는 창피함이 몰려왔다. 원래 이렇게 직설적인 남자였던가? 아무리 그게 사실이어도 모르는 척해주는 게 예의인 걸 모르진 않을 텐데. “딴 놈보다 내가 낫지 않나? 어차피 비밀도 공유한 사이끼리.” “차, 차 선생님!” 버럭,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소리에 지나던 사람들이 흘끗거린다. 잘 익은 사과처럼 귀까지 빨개진 지아가 그를 흘끗 노려봤다.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뭐가 아닌데요?” “차 선생님이 생각하는 거. 그거. 그런 거 아니라고요!” 그날 그에게 그것만 들키지 않았어도, 이렇게 그의 앞에서 쩔쩔 멜 일 따윈 없었을 텐데. 왜 하필 그런 사실을 들켜 약점을 만들었을까. 부주의했던 저 자신을 탓하며 지아는 그의 손아귀 힘이 느슨해진 틈을 타 도망치려 몸을 획 틀었다. 그때, 하필 하이힐 신은 발이 꼬이며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다. “앗!” 가까스로 몸을 가누려 했지만, 이미 기울어진 몸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그거 보십시오.” 아, 이제 그의 앞에서 볼썽사납게 넘어지겠구나. 또 한 번 흑역사를 갱신하겠구나.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질근 눈을 감자, 단단한 팔이 허리를 감싸며 익숙한 향이 코끝으로 스며들어 왔다. 얼굴 가까이 간지럽히듯 부서지는 숨결에 실눈을 뜨는 순간, 지아의 눈이 놀란 고양이 눈처럼 몇 곱절 커진다. “온몸으로 절 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가 싱긋 웃는다. 붉고 섬세한 입술이 그녀의 귓가로 서서히 다가왔다. “문 선생. 다른 놈 말고 나랑 연애합시다.” *** 더없이 수상하고 은밀한 구석이 있는 차도하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문지아의 비밀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로맨틱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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