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스큐 라인(Skew Lines)

이여나

1,735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제품 및 사건들은 현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극적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허구임을 밝힙니다. ※본 작품에는 아동 학대, 가스라이팅, 약물 오남용, 자해, 자살 시도 등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소재 묘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주의 부탁드립니다. 타인과 눈을 마주칠 수 없는 보육원의 이상한 아이 ‘희율’. 어째서인지 현의 눈만큼은 볼 수 있었던 희율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현의 동생이 되었다. 그러나 ‘어떤 사건’ 탓에 파양 당하고 마는 희율.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갤러리에서 <스큐 라인>이라는 작품을 발견한 현은 그 작품의 작가가 희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 잘… 지내셨…는지….” “너를 다시 만나기 전까진 잘 지냈던 것 같기도 하고.” 끝내 재회한 두 사람. 모든걸 바로잡기에는 너무 늦었을지, 두 사람 사이에는 돌이키기 어려운 사건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너는 날 미워하고 원망해야지. 그게 맞는 거잖아.” “…….” “너 같은 건 꼴도 보기 싫다고… 당장 꺼지라고 해야지….” 과연 두 사람은 지나치게 꼬여 버린 관계를 바로잡고 서로 닿을 수 있을까. *** 희율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손을 뻗었다.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바들바들 떨리며 현의 새끼손가락에 살짝 닿았다. 희율이 이런 행동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건지, 현은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침대에 누워 있는 이를 내려다보았다. 열이 올라 제정신이 아닌 희율은 현의 표정을 정확히 읽어 낼 수 없었지만…… “도, 도와주… 세요….” 현의 눈동자에 깃든 감정은 명백한 ‘기대’였다. 두 사람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주변은 너무나도 고요해서 희율의 애달픈 숨소리만이 겨우 들렸다. “제발…요….” “…….” “……형아….” 달뜬 애원이 흐려지던 찰나, 깊은 겨울의 향이 공간 전체를 휘감았다. 그 언젠가 한 번 느껴봤던 차갑고 쓸쓸한 향내. 그 끝엔 한 번 맡으면 잊기 어려운 달큼한 초콜릿 향이 났다. “희율아.” 현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현의 목에 단정히 감겨 있던 넥타이는 어느새 풀려 침대 밑을 나뒹굴고 있었다.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 짓씹듯 내뱉은 말을 시작으로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흘렀다.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악마가 속삭일 때
8
2 아이돌이 집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