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포물선과 직선의 위치 관계

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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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던 사이는 모르느니만 못하다. 가령, 오랜만에 만난, 유명한 야구 선수가 된 중학교 동창이라든가. “구지우?” 나는 익숙한 듯 낯선 얼굴에 기절할 듯 놀라 뒷걸음질 쳤다. 고등학교 시절, 이 벤치에 앉아 말간 얼굴로 웃으며 이야기했던 그때의 차인한과는 달랐다. TV 광고나 스포츠 뉴스, 내가 들고 있는 음료수병의 라벨 속 얼굴이 되레 더 익숙했다. “번호 줘.” “…….” “사 년 동안 한 번도 못 봤잖아.” 새삼 우리의 세계가 다르다고 깨닫는 것도 잠시, 그 애는 또 한 번 잔잔하기만 한 내 삶을 흔들었다. *** 차인한은 처음 공을 쥘 때부터 야구를 잘했다. 야구 신인의 역대 최대 계약금, 누구나 선망하는 1차 지명까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구지우는 그에게 당연하지 않았다. 쉼 없이 달리던 모범생은 마침내 그를 두고 떠났다. “연락하지 마.” “뭐?” “네가 왜 키스했는지…… 이유야 뭐가 됐든 하필 지금……. 난 수능이 세 달밖에 안 남았는데…….” 키스 한 번에 사 년이나 연락을 끊을 줄이야. 그러더니 이제는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 “좆 까.” *** “우리 사 년 만이야. 네가 이러는 거 그냥 나랑 자려는 핑계처럼 느껴져.” “구지우, 난 너 처음 만날 때부터 좋아했어. 내가 할 일이 없어서 밤마다 너한테 갔겠냐. 수능 끝나면 고백하려고 했어.” “…….” “나랑 사귀어 주면 평생 섹스 안 해도 돼.” ……이런 바보 같은 말에 긴장하다니. 아, 진짜. “너 계속 그딴 식으로 농담하면…….” “농담 아니야. 널 잊으려고 했는데 잘 안됐고, 내 마음이…… 니 말처럼 미련인지 지랄인지, 그딴 게 이만큼 오래 갈 줄 어떻게 알았겠냐고. 그러니까 앞으로 네가 다 알려 주면 되잖아.” 말은 느렸다가 점차 빨라졌다. 바닥에 엎지른 물처럼 모든 곳을 덮었다. “그냥 널 다시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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