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짜 낙원의 피안화

백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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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거의 전멸시킬 뻔한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뒤 한반도에 남은, 유일하게 문명이 남아 있는 안전지대.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이곳이 낙원인 줄 알고 살아간다. 하지만 강력한 독재로 모든 것이 통제된 계급 사회이자 신체 접촉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부부나 연인 간의 스킨십조차 철저하게 금지된 사회인데……. 백태준과 홍리안은 커다란 음모를 파헤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며 진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나 태준 씨 행방불명 되고 나서 정말 후회한 거 있어.” 리안이 꼼지락거리는 제 손을 내려다보며 말을 꺼냈다. “뭔데?” 물어보면서 곁눈질을 하던 태준이 하얗고 가느다란 목선부터 얇은 셔츠 아래로 도드라진 정점이 드러나는 굴곡진 가슴 형태, 매끄럽게 쭉 뻗은 다리를 애써 외면하며 물었다.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날 밤……. 우리 끝까지 안 간 거 진짜 후회되더라. 자기가 허락을 구했을 때 뭐가 두려워서 몸을 그렇게 사렸나 몰라. 뭘 재고 따진다고. 겉으로만 평화로워 보이지 한 치 앞을 모르는 세상인데. 그리고 자기가 나 원한다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얼굴색이 머리카락을 닮아가는지 붉게 달아올랐다. 고백을 하는데 그에게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왜 그러지? 혹시 내가 말실수라도 한 걸까.’ 리안이 반응 없는 그의 표정을 살피려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 순간 그에게 몸이 딸려가 순식간에 그의 허벅지 위에 앉혀졌다. 놀라 벌어지는 입술이 단번에 먹혀들었다. “으읍.” 작은 혀부터 잡아채 얽히고 비벼대던 그가 깊숙이 제 굵은 혀를 들이밀면서 숨까지 앗아가버렸다. 한 번도 이렇게까지 몰아간 적 없는 거친 키스였다. *** 태준은 무심코 방을 둘러보다 작전을 떠나기 얼마 전 이 방에서 그녀에게 한 짓이 떠올라 자조적인 웃음이 나오며 스스로를 욕했다. “짐승 같은 새끼.” *** 리안은 눈물을 흘리며 커다란 개를 끌어안았다. “오로라야. 혹시 태준 씨 만나면 전해줄래? 내가 정말로 많이 사랑했었다고……. 내 멋대로 떠나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나 같은 거 잊고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하라고…….” 오로라는 동물이니까 사람의 말을 전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눈빛으로라도 내 말을 들었노라고 전해줄 수 있겠지. 차라리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연민에 싸여 기어코 내뱉어버린 이런 쓸데없는 말은 전하지 못할 테니까. *** 잠시나마 둘만 있는 세상은 진짜 낙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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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혼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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