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나쁜 피(Bad Blood)

초록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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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운. 그 남자에 대한 첫인상은 새까만 어둠, 혹은 매캐한 연기. 희주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 손을 움켜쥐고는 헐떡였다. “사람 하나만 죽여줘.” 눈을 마주친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녀를 멋대로 뜯어먹는 인간조차 이 남자의 앞에서는 한낱 피식자에 불과할 거라는 걸. 그렇기에 어떤 대가를 요구하든 거래하고자 했다. “너야? 돈만 주면 다 죽여 준다면서.” “돈만 받으면…… 그렇지. 다 죽여 주지. 그게 누구든.” 호기심과 의심을 품은 채, 영운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황은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한 것은, 그 첫 만남부터. “네가 다리만 몇 번 벌리면, 대가 없이 그 새끼 목도 딸 수 있을 것 같은데.” 검은 눈동자 안에서 요동치는 음습한 감정이 보였다. 마치 그것을 확인하듯, 희주가 그의 말을 따라 뱉었다. “살인을 대가로, 몸을 팔라고.” “이해가 빨라서 좋네.” 상식인이라면 당연히 거절하고 자리를 떠야만 하는 쓰레기 같은 제안. 그러나 순간, 감히 그녀의 인생에 흠집을 내려는 그 증오스러운 얼굴이 떠올랐다. 멈칫한 것도 잠시,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자 의아해하는 듯한 얼굴이 중얼거렸다. “발 뺄 기회, 예의상 한 번 정도는 줄 수 있는데.” “왜 발을 빼지? 난 너무 좋은데.”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다는 듯, 손이 틀어잡혔다. 개새끼 같은 제안을 한 인간치고는 따뜻한 손이었다. 예상치 못한 온도에 당황하여 굳어버린 그녀에게, 눈을 휘며 웃은 남자가 속삭였다. “고맙네, 그 기회 버려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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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마가 속삭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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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돌이 집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