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네가 있는,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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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엔 풋사랑에 가슴이 뛰었고, 대학 땐 첫사랑에 가슴이 아팠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내 윤태민 때문에 가슴이 아리다. 내내 한 사람만을 가슴에 품은 한가영은 다른 남잔 볼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런 마음을 들킬세라 숨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아파도 견뎌야겠지. 마음을 들키는 순간, 이 모든 관계는 깨어질 테니까. *** 달싹거리던 입술이 조용히 열렸다. “난…… 우리가 오래오래 볼 수 있길 바라.” “오래오래?” “그래. 그러려면…… 우리가 서로…….” “그런 거 말고! 진짜 네 마음을 말해. 도대체 뭐가 문제야!” “무서워.” 태민은 예상하지도 못한 가영의 말에 입을 벌렸다. “뭐?” “내가 너의 다른 여자들처럼 될까 봐. 잠깐 옆에 머물다가 버려질까 봐.” 그거였어? 태민은 그제야 가영이 지금껏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그거였군. “한가영.” “내가 그렇게 될 수도 있는 거잖아. 내가 그 당사자니, 나 때문에 헤어질 일은 없겠지만, 내가 혹시라도 헤어지자고 하면 넌 뒤도 안 돌아볼 거잖아. 그러면…… 우리도 다시는 못 보는 거 아니야?” 가영의 표정에 공포가 가득 드리웠다. 15년이나 마음에 뒀던 태민을 순식간에 그런 식으로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태민의 옆에 사랑하는 이가 생긴다는 사실보다 더한 공포임이 분명했다. “아직도 모르겠어?” “난 모르겠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어. 그냥 이렇게 친구로 있으면…….” “친구로는 영원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마음을 죽이고 오래오래 옆에 있자고? 내가 다른 여잘 또 만나고, 네게 다른 남자가 생겨 서로 차근차근 멀어지는 걸 지켜보면서?” 무릎 위에 놓인 꽉 맞잡은 두 손이 하얗게 질려간다. 태민이 그 손을 잡아 손끝에 입을 맞추고 가슴에 대었다. “느껴져?” 가영의 손바닥으로 거세게 박동하는 태민의 심장이 잡힐 듯이 느껴졌다. “이 심장이 너만 보면 더 미칠 듯이 뛰어. 내가 왜 그렇게 여자들한테서 쉽게 돌아섰는지 얼마 전에야 깨달았어. 왜 네 이름을 입에 담는 것조차 듣기 싫었는지, 왜 굳이 ‘설렘’으로 가서 네게 그런 모습을 보였는지. 너무 늦게 깨달아서 미안해. 그러니까 우리, 해보자.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태민아.” “그때라면 후회하더라도 아쉬움은 남지 않을 거 아냐. 안 그래?” 가영이 두 눈을 꼭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천천히 대답했다. “그래.” 그래, 후회하더라도 한 번만. 딱 한 번만 눈 딱 감고. 태민이 가영의 손을 꽉 힘주어 잡았다. 그녀가 있는 설렘. 네가 있는,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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