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시한부 연애 계약

정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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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했던 폐암 4기 진단, 남은 시간이 일 년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시한부 선고. 학창시절엔 대입 준비, 대학 다닐 때는 취업 준비, 취업하고 나서는 일, 일, 일, 그리고 또 일……. 숨가쁘게 살아온 28년간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 본 적이 없었던 소이는 자신에게 남은 일 년 동안 천천히 해 나갈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연애였다. 183cm 이상의 큰 키, 연예인 수준의 외모, 부끄럽지 않은 매너, 헤어지자고 하면 깔끔하게 헤어져 줄 수 있는 뒤끝 없고 쿨한 사람이 그녀에게는 필요했다. “키 크고, 잘생기고, 매너 좋잖아. 정소이 씨 버킷리스트 같이 해 줄게. 재밌겠네.” 선뜻 계약연애를 수락한 건 그녀의 하늘같은 직장 상사, 김도준 전무. 말도 안 된다며 웃어넘기려는 소이에게 그는 꽤 진지하게 자신을 어필해오고, 얼레벌레 넘어간 소이는 그와 몸까지 섞게 되는데! [본문 중에서] “소이야, 그래서 하고 싶은 거 없어?” 도준의 커다란 손이 소이의 손을 감쌌다. 그의 기나긴 손가락이 그녀의 옷소매 안으로 들어갔다. 겨우 손가락 끝이 들어갔을 뿐인데 소이는 움찔하며 팔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도준의 손이 바짝 따라붙어 벗어날 수가 없었다. 고작 손끝이 닿는 것뿐인데 대체 왜 지난 열락의 밤이 계속 떠오르는 건지. 이대로 있다가는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할 것 같아 곤란할 정도였다. “……수첩에 적어 놨어요.” 소이의 예민한 반응을 눈치 챈 도준은 그녀를 놓지 않으며 장난스럽게 상황을 이어 갔다. “섹스는 지웠어?” “……네.” “회사에서 섹스하기는 없어?” “네.” “나중에 하고 싶으면 말해.” “저야 들켜도 어차피 퇴사한다지만, 도준 씨는 그렇지 않잖아요.” 도준 씨. 방금 전까지 전무님이라 부르며, 깍듯하게 전무 대우를 하던 여자의 입에서 제 이름이 나오니 만족스러웠다. 고작 그것만으로 페니스에 피가 몰릴 정도로. “안 들키는 방법도 여러 가지지.” “……생각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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