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섬광증

윤사로

293

깊은 산골 마을 화심리에 위치한 고즈넉한 고택엔 유력한 대선 후보 박혜윤의 사생아, 박서휘가 살고 있다. 노심초사 서휘만을 바라보고 사는 손정숙 여사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서휘는 항상 넘쳐흐르는 세상에 관한 관심을 제 작은 마음속에 꾹꾹 욱여 담는다. “반가워요.” 어느 날 나타난 낯선 이방인에게선 서휘가 그토록 갈망하던 짙은 바람 냄새가 풍겨 왔다. * * * 어쩌면 처음 본 그날, 서휘의 말갛게 빛나는 새까만 눈동자를 마주했던 그날. 이곳을 벗어났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저 지금까지처럼 희망이나 기대 같은 것 없이, 미련도 후회도 없이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나 좋아한다는 말 책임질 수 있겠어요?” “…….” “그럼 벗어 봐요. 허울 좋은 말 같은 건 믿지 않는 주의라서.” 서휘의 맹랑한 눈동자가 일후의 날 선 눈빛을 또렷이 마주했다. 그녀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제 몸을 겹겹이 감싸고 있던 옷들을 하나씩 벗어 나갔다. 새하얀 나신은 제 주인의 금욕적인 얼굴과는 대비되게 야하기 그지없었다. “난 분명히 경고했어. 나 좋은 새끼 아니라고.”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악마가 속삭일 때
8
2 아이돌이 집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