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악녀가 환생해봤자 다시 악녀가 됩니다

평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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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잘리는 느낌이 선연했다. 까맣게 탄 혓바닥의 감촉이 생생했고, 둘러싼 모든 것들에 증오가 깃들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비비에타.” 속울음이 맺힌 목소리로 선연한 감정이 흘러 들어왔다. “비비에타…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알아챘더라면…….” 투둑, 툭, 속절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그의 감정이 감긴 두 눈에, 다물린 입술에, 더는 숨을 뱉지 않는 콧잔등에 쉴 새 없이 떨어졌다. 나의 명복을 비는 이는 그 하나였다. 내세에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이도, 그 혼자였다. 식어버린 찻잔을 데우듯, 온기가 뺨에 머물렀다. 그가 나의 머리를 안고, 섧게 울었다. “미안해… 미안해요, 비비에타…….” 슬피 우는 자가 감히 바라선 안 되는 것을 바란다. “다음이 있다면, 그때엔…….” 기약 없는 시간을 기다리겠노라 다짐한다. “언젠가 다시, 당신을 볼 수 있다면…….” 후회에 절은 감정이 뒤늦게 안녕을 고한다. “아주 많이, 사랑했노라고…….” * * *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지근거리에서 들렸다. 로먼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끌고… “나는 예전부터... 이렇게, 손 잡는 걸 좋아해.” 깍지까지 단단히 낀 채,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좋거든. 근데 넌… 시원해서 더 좋네.” 그렇게 얘기하며 깍지 낀 손을 작게 흔들자, 로먼의 몸이 뻣뻣하게 경직되었다. 헛숨을 크게 들이킨 그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로먼?” 숨조차 못 쉴 만큼 내 비밀이 충격적이었나? 이름을 부르자, 짧은 탄식을 내뱉고도 멍하니 서서 잡힌 손을 한 번, 내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던 그의 앞으로……. [미치겠네… 왜 이렇게 예쁜 거지?] 직진만 아는 상태창이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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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마가 속삭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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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돌이 집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