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금쪽이는 야구 같은 거 몰라

이미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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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벌어진 모종의 사고로 경상도 해안가에 자리한 백운시 동해고로 전학을 온 ‘금쪽이’ 우승원. 백 퍼센트 타의로 학교 축제에서 여장을 하게 된 그에게, ‘동해고의 미친개’ 이현이 한눈에 반해버린다. 이제 승원이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걸 들키는 순간 여럿 비명횡사하게 생겼다. 반의 모두는 한마음 한뜻으로 승원의 건투를 빌고 다시 한번 승원을 여장시켜 이현에게 가져다 바쳤지만, 당연하게도 이 엄청난 비밀은 채 24시간이 되기도 전에 들통나 버린다. 미친개는 이제 남자인 우승원을 뒤쫓기 시작하고, 다시 한번 모두가 일심동체로 그가 전학을 가버렸다고 속였지만 그마저도 금세 들켰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현은 우승원에게 둘이서 이야기를 하자고 청하고, 잔뜩 긴장한 승원에게 미안하다 사과를 건네온다. 그러나 장대비가 내리던 그 어둑한 오후, 이현이 승원에게 한 것은 사과뿐만은 아니었는데……. * 본문발췌 너무 가까워서 닿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우린 이미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꺾고 불쑥 다가온 이현의 입술이 내 입술을 찾아 맞추었다. 견디기 힘든 감각이었다. 그의 말캉하고 도톰한 입술이 내 젖은 입술에 닿아 뭉개졌다. 축축한 공기에 눅진하게 녹은 서로의 입술이 미지근한 체온을 나누며 비벼진다. 줄곧 들여다본 그의 눈동자는 내리감은 눈꺼풀에 가려져 더는 보이지 않았다. 길게 뻗은 속눈썹을 보고 있자니 나도 덩달아 눈이 감길 것 같았다. 내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하던 그의 체취가 그 어느 때보다 진하게 느껴진다. 너무 떨려서 가슴이 시큰댔다. 그래서인지 평생 아무 생각 없이 다루어 온 내 몸을 어떻게 두어야 할지 도통 알 수 없어졌다. 경직된 입술과 속눈썹 끝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파르르 떨렸다. 영겁 같은 시간이 지난다. 이현의 입술은 무언가 더 하고 싶은 걸 꾹꾹 참는 느낌으로 내 입술 위에서 맴돌다 멀어졌다. 젖은 입술은 살점 하나하나 진득하게 늘어뜨리며 떨어졌다. “아직도 내가 무섭나?” 이현이 나른하게 눈을 내리깔고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 낮은 쇳소리가 났다. 나는 구름이 들어찬 듯 멍해진 머리로 대답했다. “네…….” “맞나.” 그는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다, 재차 물었다. “그럼 한 번 더 해도 가만 있겠네? 내 무서우니까.” 나는 꿈속에서 헤매는 것처럼 어벙한 말투로 대답했다. “네. 선배 일진이잖아요. 미친개잖아요. 호랑이처럼 무섭잖아요.” “맞나.” 그는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내 헛소리를 듣곤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러다 순간, 정염에 휩싸인 듯 얼굴을 굳히고 내게 다가왔다. “어흥.” 그 말과 함께 우리 둘의 입술이 또 한 번 맞붙어 포개졌다. 아득했다. 빗소리가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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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혼해줄래요
2 비밀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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