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순진한 멧밭쥐를 해치지 말아 주세요!

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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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각 수인의 특성에 맞춰 독을 사용하는 장면 등이 포함되기에 이용에 주의 바랍니다. 평생을 일만 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멧밭쥐 수인, 몽구. 그렇게 힘겹게 모은 돈으로, 드디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나 싶던 무렵…… “또 사기 쳤네. 그 외래종.” 자신이 도장 찍은 문서가 완전히 ‘존재하지도 않는 허위 매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미, 미안해요!” “그 큰 덩치로 연약한 제 꼬리를 밟아서…….” 부동산 사기 때문에 답답해 죽을 지경인데, 설상가상으로 널브러져 있던 작은 누룩뱀의 꼬리까지 밟아 치료비를 내주게 생겼다! 하얗고 작고 어여쁜, 자칭 ‘알비노 누룩뱀’이라는 노아는 그런 몽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괜찮으시면 저와 같이 지내는 건 어떠세요? 다친 김에 같이 지내면서 집안일을 봐주신다면 월급도 드릴게요.” 독도 없고, 약하다고는 해도 뱀 수인은 뱀 수인. 한참을 고민하던 몽구지만 결국 달콤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역시 형도 제가 두려운 거죠? 너무 외롭고, 힘들어요.” “미안해요. 기분 상하게 했다면 제가 사과할게요. 용서해 주세요, 저는 형한테 미움받고 싶지 않아요…….” 너무도 여리고 순한 모습을 보이는 노아에 몽구의 마음도 점차 풀려 가려던 차, “형이, 떠난 줄 알았어요.” “그럼 아무 데도 안 가는 거죠?” 어째선지 그가 제게 자꾸만 집착하기 시작한다. 과연 몽구는, 어딘지 수상하고 무척이나 아름다운 이 누룩뱀과 무사히 알콩달콩 동거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 나풀나풀 가벼운 머리카락이 움직일 때마다 새하얀 살결을 간지럽혔다. 이윽고 단단한 팔이 노아를 휘감았다. 한참이나 체온을 나누던 몽구는 슬쩍 뒤로 몸을 물렸다. “……형?” 눈 깜짝할 새, 시야에 얼비쳤던 덩치가 사라지고, 노아의 시선이 그대로 곤두박질쳐 바닥으로 떨어졌다. 집주인을 닮아 뽀얀 대리석 바닥 위에는 자그마한 쥐가 앞발을 든 채 눈을 맞춰왔다. 짙은 갈색의 털이 온몸을 타고 촘촘히 나 있었다. 새카맣고 순한 눈동자도 여전했다. 찐득하게 들러붙은 시선은 온몸을 핥듯 떨어질 줄 몰랐다. 한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보면 볼수록 단숨에 입어 털어 넣고 싶다는 본능이 마구 꿈틀거렸다. 본능을 억누르려 노아의 뽀얀 이마 위로 푸르스름한 핏줄이 성성하게 돋아났다. “노, 노아야? 왜, 왜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는 거야.” 아름다웠던 붉은 눈동자는 세로로 길게 찢어져 흉흉하게 번들거렸다. 살기 어린 시선에 손바닥보다 작은 몽구가 주춤거리며 몸을 뒤로 물렸다.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빤히 쳐다보고 말았네요, 놀랐어요?” 노아는 서늘했던 표정을 지우며 흐드러지게 웃었다. 그러곤 살포시 손을 뻗었다. 조금 전까지 드리워졌던 무거웠던 공기가 안개처럼 사라졌다. 시시각각 변하는 온도에 몽구는 멍하니 서선, 새하얀 손바닥 위에 분홍색 앞발을 가지런히 올려 두었다. 앞발이 어찌나 작은지. 가느다란 손끝이 거인처럼 크게 보였다. <키워드> 판타지물, 현대물, 동거/배우자, 첫사랑, 미인공, 울보공, 강공, 능글공, 집착공, 복흑/계략공, 연하공, 후회공, 사랑꾼공, 절륜공, 존댓말공, 미남수, 다정수, 순진수, 명랑수, 적극수, 허당수, 호구수, 떡대수, 연상수, 얼빠수, 구원, 인외존재, 달달물, 삽질물, 힐링물, 일상물, 3인칭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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