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더티 시티

백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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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작전을 위해서 러시아 마피아가 세운 도시국가 엘리시움 시티에 투입된 첩보원 강지안. 작전은 성공했지만 권력의 핵심에 있는 2인자 에단 알렉시예프에게 잡혀버리고 마는데……. 본문 중에서 자신의 아픔을 담담히 말하는 에단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는데 지안의 얼굴이 오히려 슬픔을 머금었다. 슬픈 가족사는 자신의 경험이든 남의 것이든 그녀의 아킬레스건인지 눈가까지도 붉어졌다. “저런, 내가 괜한 얘기를 했나. 하여간 피아노를 치면 어머니 생각이 나. 하지만 오늘부터는 네 생각도 났으면 좋겠어.” 맞은 편에 앉은 에단이 일어나서 지안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네가 치는 쇼팽의 왈츠도 들어보고 싶은데.” “전…… 그렇게 잘 치지 못합니다. 피아노를 쳐본지도 너무 오래되었구요.” “괜찮아. 그런 건 다 감안할 테니. 기억나는 대로만 쳐도 좋아.” 그는 항상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억지로 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하는 힘. 이런 작은 스킨십조차도. 지안이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를 따라가서 피아노 앞에 섰다. 에단이 그녀를 피아노 의자 위에 앉혔다. 그리고 바로 뒤에 서서 연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피아노 앞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그녀가 결심한 듯 건반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럼 생각나는 부분까지만 쳐보겠습니다. 중간에 틀려도 이해해주세요.” 지안은 기억과 손의 감각을 되살려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나름 좋아했던 곡 중에 하나라서 기억이 나는지 아주 오랜만에 치는데도 연주가 꽤 물 흐르듯이 흘러갔다. 원래의 빠르기보다 조금은 느리고 원곡의 느낌보다 조금 더 슬픈 감정이 묻어났다. 이 음악으로 두 사람이 왈츠를 춘다면 다 추지 못하고 상대방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연주를 더 이어갈 수 있었는데 그가 뒤로 길게 늘어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쪽 어깨 위로 얹었다. 그리고 양손을 의자 위에 얹으면서 목덜미와 어깨 사이에 얼굴을 갖다 대니 입술이 목을 누르면서 뜨거운 숨이 살갗을 간지럽혔다. 지안은 목 부분부터 짜릿한 열감이 퍼지면서 온몸의 솜털이 오소소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피아노를 제대로 칠 수 없게 만드는 그의 짓궂은 행동을 피하고 싶어서 몸을 살짝 옆으로 피하며 목을 움츠렸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가 놓아주지 않았다. 남자의 입술이 옆 목선을 타고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연주가 빨라져야 하는데 오히려 느려지기 시작했다. 연주하는 걸 듣고 싶다고 해놓고선 방해만 하나. 뒷부분이 생각이 안 나서 못 치는 것보다는 오히려 방해를 받아서 제대로 칠 수가 없었다. 자꾸 박자가 엇나가고 음이 이탈했다. 결국 끝까지 치지 못하고 연주를 멈추고 말았다. 그녀의 귓바퀴를 빨고 혀를 밀어 넣으며 그가 속삭였다. “나중에. 연주는 나중에 제대로 들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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