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제한지구

살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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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후, 국가는 시티와 안전지구, 관리지구, 제한지구까지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었다. 구역이 곧 계급이 된 세상. 17년 전 일어난 모종의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최상위 계층에서 밑바닥으로 추락한 강진하. 그는 가장 하위 구역의 갱단 소속 조직원으로, 현재 고급 클럽에서 VVIP들을 상대한다. 그런 그를 어느 날 시티의 최고 권력자이자 세계 1위 방산업체 유강 그룹의 전무인 유이건이 찾아온다. 유이건의 협박과 회유로 강진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손을 잡게 되고, 자신과 유이건이 함께 얽힌 17년 전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캐기 시작하는데……. 17년 전의 비극을 초래한 범인을 찾던 유이건과 강진하는 상대를 향한 예상 못한 감정마저 깨닫고 만다. * 본문발췌 “제가 준비할 건 없습니까. 시키실 일 있으면 미리 말씀해 주시면 준비하겠습니다.” 무표정하던 유이건의 얼굴에 비릿한 웃음이 감돌았다. 잠깐의 침묵 후 그가 손을 까닥였다. 마치 개를 부르는 듯한 손짓이었지만 강진하는 순순히 그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섰을 때였다. 유이건이 강진하의 사타구니를 세게 움켜쥐었다. “윽!” 강진하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윽. 전, 무님. 손…… 좀.” 간신히 상대의 상박을 잡은 강진하가 애원했으나 악력은 점점 더 강해질 뿐이었다. 유이건이 제 쪽을 향해 반쯤 기대다시피 한 강진하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오늘은 계약 첫날이라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강진하 씨가 먼저 물어서 얘기해 주는 거니까 잘 들어요.” 다정한 어조로 속삭이던 그의 음성이 점점 더 음산하게 낮아졌다. “함부로 몸 놀리지 말고 조신하게 기다려요. 일주일 뒤에 데리러 올 테니까.” 강진하가 신음조차 흘리지 못하고 떨기만 하자 유이건이 움켜쥔 손을 비틀었다. 진심으로 고환을 터트리기라도 할 기세로 그가 답을 재촉했다. “대답 안 해요?” “허윽.” 극심한 통증에 식은땀만 흘리던 강진하가 겨우 고개만 끄덕였다. . . . “좋게 말해서는 못 알아듣는 것 같길래. 앞으로는 내 말 무시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럼 다음 주에 봐요. 정결한 몸으로.” 잠시 뒤 묵직한 발걸음 소리와 문이 닫히는 소리가 연달아서 울리고 나서야 강진하는 지친 몸을 옆으로 무너뜨렸다. “하. 미친 새끼.” 욕을 뇌까린 강진하는 이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정결한 몸이라니. 아무래도 정신 나간 놈한테 제대로 물린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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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마가 속삭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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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돌이 집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