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라인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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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맹증이 있는 배우는 무대 위에 설 수 없다. 갑작스레 심각해진 증세에 결국 준비하던 뮤지컬에서 하차한 여운은,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다는 백야(白夜)를 찾아 북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여행 중, 갑자기 어두워지는 바람에 발이 묶이게 되는데…. 어두우면 보이는 게 없으니, 제 눈에 보이면 귀(鬼)라 생각해 왔던 여운. 기억을 더듬으며 숙소를 향해 걷다가 가로등 아래에 있는 또렷한 형체를 마주하게 된다. 작은 공 같던 덩어리는 쳐다보면 볼수록, 올려다보면 볼수록 점점 크기를 키워나가더니 종국엔 눈 앞을 가리는 어둠이 되어 여운을 덮쳤다. - “야.” 지금까지와는 달리 뾰족하게 가시를 세운 목소리가 아이를 향했다. “너, 뭐야.” 분명 의자에 앉혀줄 때만 해도 발이 땅에 닿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당연하다는 듯 아이가 바닥에 발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바싹 다가와 있는 아이를 보며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던 여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너, 사람 아니지.” 확신에 가까운 물음에, 아이는 처음으로 환히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제가 이름 붙여 준 요괴의 도움으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여운은, 어느 순간 그에게 마음마저 내어 주게 되는데. “우리 사귀는 거 아니었어?” “우리 사귀어?” 인간이 아닌 이와의 연애는 뭐 하나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를 따라 발을 딛는 곳은 길이 되었고, 그가 멈춘 곳은 곧 종착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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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혼해줄래요
2 비밀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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