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너의 조각

셰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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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던 기억의 조각이 딸깍, 소리를 내며 새로이 맞물렸다. 열성 오메가로 발현한 이후 기억을 잃은 민우제는, 외딴 마을에 버려져 낯선 할아버지 아래서 조각을 배우게 된다. 쇼핑몰도 차리고 나름 인정받는 조각가가 된 그는 어느 날, 나체의 남성 오메가를 조각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목에는 개 목줄. 눈은… 안대로 가려 주시고. 자세는……. 무릎 꿇고 올려다보는 게 좋겠네요.’ 입에 담기도 민망한 주문을, 한참 고민하다 결국 받아들이고 마는데... *** “저 미리 말씀드리지만……. 솔직히 얼마나 좋은 퀄리티가 나올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 작업은 처음이라.” 우제는 조각가로서 양심을 걸고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별을 떠나서 나체의 인간을 조각해 볼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기에, 이번 의뢰는 꽤 도전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할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왜냐면……. 본인이 오메가였으니까. 내 몸을 참고해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감히 말하기 민망한 부위까지도. 자신을 모델로 삼아 조각상을 만드는 건 예술가로서 양심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게다가 언제든지 다각도에서 볼 수 있는 모델, 즉 내 몸을 써먹을 수 있다는 건 이번 의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분명했다. 그런 생각에까지 미치자 변태 같은 이 주문을, 한편으로는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조각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 안에 자신을 담는다던데……. 우제 씨가 만드는 나체의 오메가 조각상이라. 완성되면 어떤 모양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우제는 당황스러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휴대폰을 귀에 댄 채 굳었다. - 아. 나 너무 변태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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