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욕망이 후회로 바뀌는 시간

차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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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이데 멜리브란트. 명망 높은 멜리브란트 백작가와 고귀한 왕가의 핏줄. 하지만 세상의 빛을 보기도 전에 가문이 반역 혐의를 쓰게 되어 차디찬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비운의 왕녀. 수많은 사람이 멜리브란트를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욕했다. 그럴수록 아델은 엄마를 지키고 싶었다. 그러니 성인이 되어 수용소를 나가면 멜리브란트의 결백을 밝혀내고, 영광을 되찾아서, 엄마를 다시 자유로운 세상으로 꺼내 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왕을 죽이려 한 희대의 반역자, 이셀린 멜리브란트. 그녀의 딸, 아델라이데 멜리브란트가 성인이 되어 수용소에서 나오다!] 성인이 되자마자 던져진 바깥세상은 아델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높다랗고 차가운 회색 담장에 둘러싸인 감옥이 더 따스하게 느껴질 만큼. 심지어. “저한테 돈은 왜 주신 거예요?” “그게 이상한 일인가? 나는 술집에 갔고, 거기서 일하는 여자한테 팁을 준 것뿐인데.” “저는 경께 아무것도 드리지 않았어요.” “그래? 그럼 지금이라도 그 대가로 널 요구하면, 줄 건가? 내가 낸 비용은 그러기에 차고 넘치는 것 같은데.” 아델이 어릴 적 수용소에서 이따금 마주쳤던 추억 속 남자를 술집에서 종업원과 손님으로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녀가 느낀 건 지독한 수치심이었다. * [본문 중] 아델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손으로 동전을 집어넣고 천천히 다이얼을 돌렸다. 낯선 기분이 범람했다. 얼마 가지 않아 수화기 너머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앨런 윈터스입니다. “…….” 이상하게도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겐 더 이상 쥐고 있는 희망이 없는데도. 아델은 부스에 기대어 두 손으로 수화기를 꼭 붙잡은 채 고개를 떨궜다. 뺨에는 여전히 물기가 흘렀다. 젖은 머리칼에서 흘러내린 빗물인지, 여전히 멈추지 않은 눈물인지 헷갈렸다. 질끈 눈을 감은 채 울먹거리는 숨을 토해 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아무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마치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침묵했다. 그 고요가 서러움을 더욱 부추겼다. 아델은 다시금 터져 나오는 울음을 어찌하지 못한 채 입을 뗐다. 온몸을 적신 빗물이 머릿속까지 범람한 건지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엄마가…… 엄마가, 죽을 거예요……. 돈을 구해야 하는데…… 저는 도저히…….” 중간중간 울음소리가 섞여 들어 제대로 말이 전달됐는지 알 수 없었다. 아델은 서럽게 흐느끼며 수화기를 붙잡고 간절히 빌었다. 더는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그에게 갈구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밑바닥까지 내보이며 애원하고 싶지 않았단 말이다. “……도와주세요.” 그 어떤 날보다, 오늘이 유독 비참했다. 더없이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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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톱스타의 계약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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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상한 회장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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