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개의 등장

김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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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아, 미안해. 엄마가…… 엄마가 다 미안해.’ 금방 오겠다는 거짓말조차 할 수 없었는지, 이제 고작 9살 난 딸을 깡패 새끼 손에 쥐여 주던 엄마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었다. 20살이 되던 해, 부강 건설 회장과 부회장이 저를 두고 나누는 추잡한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다. 이렇게 사느니 아버지가 맞는지 확실하지도 않은 인간의 뒤통수를 치고, 사라진 엄마를 찾아내 도망가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기댈 곳 하나 없는 그녀는 기꺼이 부강 건설의 개에게 제안했다. ‘부강 건설의 개잖아. 시키는 거 다 하는 개.’ ‘…….’ ‘나랑 자. 대신에 나 버리고 간 엄마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만 알아봐 줘.’ * * * “왜 청승 떨고 있어.”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그녀를 타박했다. 그러게요. 서연은 기운이 없어서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키며 웃었다. 서연은 백 마디 말 대신 꾸물대며 제 몸을 그에게 더욱 밀착했다. 뺨에 닿은 손만으로는 이 열기를 다 식힐 수 없었다. 그에게서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짙고 깊은 갈증이 느껴졌다. “……저 좀 살려 주세요.” 다행이었다. 진철용이 아니라서, 부강 건설 소속인 깡패가 아니라서, 생판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의 이름만 들어도 얼어붙는 주제에 서연은 우습게도 심유현이라서 안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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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마가 속삭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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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돌이 집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