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브로큰 네임(Broken Name)

진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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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선배 안 좋아해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귀찮게 할 일도, 역겨울 일도 없을 거예요.” 정우의 몸에 짝사랑하던 선배 수현의 이름이 새겨졌다. 각인 상대인 수현과 정기적으로 접촉하지 않으면 부작용으로 글자를 읽지 못하게 된 정우. 수현과 엮이게 돼 좋아한 것도 잠깐, 정우가 자신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 수현은 정우를 함부로 대한다. 정우는 수현이 필요하다. 정우만 그가 절실했다. 짝사랑부터 시작된 이 일방적인 운명은 사랑이 될 수 있을까. * * * * * “그 좋아하는 사람이 설마 나야?” 신정우의 손길이 멈췄다. 유수현이 해사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걸렸다. 아래로 깔린 신정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흡족함이 차올랐다. 꽤 볼만한 얼굴이었다. “나냐고 묻잖아.” “…….” 신정우의 두 눈이 질끈 감겼다. 눈 밑에 점도 함께 찌그러졌다. 유수현의 허리춤에 놓인 신정우의 손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선배.” “나냐고. 빨리 대답해. 계속 도움 받고 싶으면.” 신정우는 애꿎은 목울대만 울리고 있었다. 목젖이 울렁이는 게 보일 정도였다. 꼴에 남자 새끼라고 목젖도 있네. 유수현이 소파에 기대고 있던 몸을 앞으로 숙였다. 존나 질질 끄네. 답답하게. “…네. 서, 선배. 죄송합니다.” 신정우가 눈을 떴다. 꺼지라고 말할 참이었는데.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 신정우가 보였다. 안 우네. 울 줄 알았더니. 뭐 상관없었다. 희열이 느껴졌다. 일방적인 네임 각인도 모자라 일방적인 짝사랑이라니. 신정우는 유수현이 죽으라고 하면 죽을 밑바닥에 위치해 있었다. 존나 재밌네. 유수현이 질려 버릴 때까지 신정우는 유수현에게 목줄이 매여 있었다. 아니, 유수현이 질려 버린다고 해도 신정우는 매달려야 했다. “존나 재밌다. 안 그래?” “…….” “넌 좋겠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몸도 비빌 수 있고 치료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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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쩌다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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