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또, 또!

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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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 것이 인생의 모토인 대학교수 지온. 실수로 자신의 학생과 하룻밤을 보내 버렸다. 강의 첫 시간, 생소한 이름들을 차례로 부르던 지온의 목소리가 멈췄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교단 앞까지 넘어왔을 때, 퍼뜩 정신을 차린 지온의 입술이 열렸다. “……고이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뱉어 냈다는 듯 암울해진 눈빛이 학생들 쪽으로 이동한 동시였다. “네.” 정말 애석하게도 이현은 지온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교수님. 저 기억 안 나세요?” “우리가 언제 만난 적이 있었나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사람을 착각했나 보네요. 그럼 이만.” 원치 않았던 만남을 피하기 급급한 지온.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붙잡히고 만다. “사실은 너랑 있었던 일 다 기억나. 다 기억은 나는데. 학교에서는 모른 척해 줬으면 고맙겠어.” 그것으로 끝날 줄 알았으나, “교수님?” 이현이 앞으로 내민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 손 뭔데? 뭐, 손이라도 잡고 가자고?” “네.” 너무 당당하게 대답해서 더 어이가 없었다. “너 저번에 내가 한 말은 기억하는 거지? 학교에서든 어디서든 모른척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왜요?” “내가 뭐라고 했는지 말해 봐.” “귀찮게 하지 말라고요.” “그럼 이제 네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겠지?” “모르겠어요.” “어. 내가 너 그 말 할 줄 알았어. 진짜 딱 한 번만 말해 줄 거니까 똑똑히 들어. 너는 강의실로 돌아가서 자리에 앉고 곧 시작될 강의를 잘 들으면 돼. 그리고 오늘 강의가 끝나면 그 후부터는 절대 나한테 아는 척하지 말고. 어때? 간단하지?” 곧게 일직선을 그리고 있던 이현의 눈썹이 팔자를 그리며 한순간에 축 처졌다. “대답 안 해?” “싫어요.” 상대는 생각보다 더 말이 안 통했다. 교수님, 밥 먹었어요? 교수님, 퇴근하세요? 교수님, 같이 가요. 교수님. 교수님. 교수님. 또, 또……. “너 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 타들어 가는 속을 알 리 없는 이현은 지온의 말마따나 천사 같은 미소를 자랑하며 해맑게 웃었다. “좋아해요. 교수님.” “하…….” 바야흐로 현대판 미저리의 강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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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마가 속삭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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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돌이 집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