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형아야

정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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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런 눈빛.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극도로 경계하지. 내가 그렇게 두려워?” “…….”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있으면 세상 좋은 형처럼 굴다가 이렇게 다가서면 항상 경계하잖아. 내가 무슨 전염병 환자인 것처럼 만지지도 못하고 하고.” “……!”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은형은 눈빛이 흔들렸다. 괴로움으로 마음이 갈가리 찢기는 것만 같았다. 어려서부터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자칫하다 여자인 걸 들키면 준호가 쫓겨난다.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손이 잡히면 쳐내기 바빴고 가까이 다가오면 얼른 피했다. 언제부턴가 똑똑한 준호는 그런 낌새를 알아채고 알아서 조심했다. 조금 거리를 유지하면 얼마든지 웃어주는 형이기에 그는 얼마든지 최선을 다해 조절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잘나신 몸이라 나 같은 놈은 손대지도 못하는 거야? 형은 위선자야. 날 좋아하는 척하면서 실은 아니잖아. 나 같은 놈은 근접하지도 못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지.” “준호야, 그런 게 아닌 거 알잖아. 나한테 너는…….”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야. 너무 사랑해서 절대 떨어지기 싫은 그런 사람이라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나는 준호 너를. “그럼 피하지 마. 제발, 날 좀 피하지 말라고.” “…….” 준호가 오늘따라 이상했다. 절망에 빠진 사람의 얼굴로 마치 절규하는 것만 같았다. 전에는 절대 본 적 없는 섬뜩한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은형은 벽에 붙은 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얼굴로 버텼다. 이번에도 도망친다면, 준호는 영영 어디론가 가버릴 것만 같았다. 다시는 준호를 볼 수 없게 될까 봐 두려워서 은형은 이제 더는 피할 수 없었다. 어느새 바로 앞에 다가온 준호는 양손을 뻗어 그녀를 제 품 안에 가두었다. “피하지 마. 내 눈길도 피하지 말고 날 똑바로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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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혼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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