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따분하지 않은 설계실

김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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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새끼가 널 가지는 꼴은 죽어도 못 보니까.” 6년 전 최악의 방식으로 헤어졌던 옛 연인, 채민결이 회사의 상사로 들어왔다. 이준은 그 말도 안 되는 현실 앞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민결은 그에게 하룻밤을 강요하는데…. * “굳이 말하자면 그런 거야. 장난감이 너무 구식이라 싫은데 남 주긴 아까운 거. 아, 이런 걸 계륵이라고 하나?” 계륵을 찾아 회사에 기어들어 왔다, 20대 청춘까지 바쳐 가면서. 채민결답다고 해야 하나. 대학 때 눈앞에서 잠깐만 사라져도 전화통을 불태웠던 그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나중에는 집착이 심해져서 반드시 1주일에 한 번씩은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갔다. 매일 자고 가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그땐 나도 콩깍지가 두꺼워서 그런 면까지 좋았다. 하지만 현재는 한숨만 자아낼 뿐이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네가 원래 실성한 놈이라는 건 알았는데 이 정도의 또라이인 줄은 미처 몰랐다.” “날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그가 내 약한 부분을 쿡 찌르고 들어왔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눈을 피했다. 손을 그의 등 뒤로 억지로 밀어 넣어 문고리를 잡았다. “채 과장님, 전 업무가 바빠서요. 나머지는 오후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비키시죠.” “윤이준.” 나는 문을 열기 전에 상대에게 쐐기를 박아 넣었다. “머저리 새끼.” 그 다섯 글자에 채민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나에게 이별 통보를 했던 그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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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혼해줄래요
2 비밀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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